딜라이브 여신 건전성 등급 '극과 극'
케이블TV업계 3위 딜라이브(옛 씨앤앰) 여신에 대해 은행들이 매긴 건전성 등급이 크게 달라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각 은행에 딜라이브 여신 건전성을 다시 평가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딜라이브 여신 건전성 등급을 종전 ‘요주의’에서 ‘회수의문’으로 두 단계 떨어뜨리고 충당금 978억원을 쌓았다.

금융사는 여신 건전성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5단계로 분류한다. 회수의문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것은 딜라이브에 빌려준 돈을 사실상 떼인 것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너티펀드 등 사모펀드는 2007년 특수목적법인(SPC) 국민유선방송투자회사(KIC)를 설립한 후 금융권에서 2조2000억원을 빌려 딜라이브를 인수했다. KIC는 2013년부터 딜라이브 매각을 시도했지만 가격 차이 등으로 실패했다. 딜라이브는 그사이 유동성 악화로 대출 이자까지 연체하는 등 부도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지난 6월 8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만기 연장 등으로 채무 재조정을 했다.

국민은행은 그럼에도 “인터넷TV 규제완화 등으로 케이블TV 시장 전망이 부정적”이라며 “딜라이브의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 원금 상환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딜라이브 매각도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KEB하나은행은 딜라이브 여신 건전성 등급을 ‘요주의’에서 ‘정상’으로 한 단계 올렸다. 신한은행은 ‘정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출자전환으로 재무건전성이 좋아졌고 이자 납입에도 문제가 없다”며 “마케팅 활성화를 통해 시장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은행별로 딜라이브에 대한 시각이 극명하게 갈림에 따라 금감원은 여신 건전성 등급 재조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수의문으로까지 등급을 낮춘 것은 과하지만 부도 위기에 몰렸던 회사를 정상으로 두는 것도 문제”라며 “요주의 또는 고정 등급으로 재분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