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소위'가 주무르는 예산 400조
사상 처음 400조원이 넘는 내년 정부 예산안을 놓고 국회가 오는 25일부터 심사에 들어간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2일)을 고려하면 40일간의 예산전쟁이 벌어진다.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는 벌써 ‘졸속심사’ ‘나눠먹기’로 국가 예산이 누더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올초부터 8개월간 밤을 새워가며 짠 예산안을 국회에 넘긴 시점은 9월2일. 국회는 이로부터 한 달 보름간을 정쟁에 몰두하며 예산안 심사는 방치했다. 여야는 처리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서야 이달 말 예비심사를 시작해 11월 초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한다. 예산을 깎고 보태는 실질 작업은 예산조정소위원회가 맡는다.

예산조정소위는 회의 대부분이 비공개로 열린다. 15명의 위원 구성도 지역 안배로 이뤄진다. 지역별로 맞추다 보니 전문성은 중요하지 않다. 이번에도 여야 불문하고 예산이 지역별 나눠먹기 식으로 배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예산소위에서 결정이 안 된 쟁점 예산은 소(小)소위로 넘어간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시한이 임박하면 3~4명으로 각종 소소위를 구성한다. 보통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정치적 사업의 예산액이 여기서 결정된다. 예산의 ‘칼질’과 ‘끼워넣기’를 위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소소위 회의야말로 철저히 비공개다. 회의록도 남지 않는다.

짧은 기간의 졸속심사도 문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가 예산소위의 각종 밀실회의를 통해 마음대로 예산을 주고받는 벼락치기 심사 관행을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