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감소·연금 축소 등으로 침체 사이클 유발"

'채권왕'으로 이름난 야누스 캐피털의 빌 그로스가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풀기'로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뜨린다면서 통화정책의 즉각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로스는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은 '중앙은행이 경제 엔진을 위협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양적 완화를 확대하고 금리를 계속 내리는 정책을 펴다 보면 글로벌 경제 엔진이 속도를 내는 대신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자동차의 오일 필터를 갈지 않으면 나중에 엔진이 손상된다면서 비정상적인 금융시장을 더러운 오일에 비유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을 초래한 중앙은행들 때문에 실물경제의 엔진이 위험에 처했다"면서 "필터를 교체하듯이 통화정책의 논리를 시급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로스는 금리가 '제로'에 가깝고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채권이 13조 달러 규모에 이르지만, 실물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경제의 활력을 나타내는 생산성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투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현금 흐름이 좋아졌지만, 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한 소비자 지출 둔화와 반세계화 경향 같은 위험 때문이다.

그는 또 "제로 수준의 금리와 수익률 때문에 보험회사와 연금펀드의 수익성이 위협받아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일자리 감소, 보험료 인상, 연금 혜택 축소, 부도 증가 등은 모두 침체 사이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