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왜 운전자를 보호 못했나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등에 업고 순항하던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난관을 만났다. 한 운전자가 지난 5월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S’에 장착된 자동주행 기능인 ‘오토 파일럿’을 사용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운전자는 주행 중 영화를 보고 있었고, 오토 파일럿이 좌회전하는 트레일러 트럭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운전자가 자율주행차의 자동주행 성능을 과신해 주행 중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자동주행은 완전 자율주행 기능과 달리 운전자의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0월 오토파일럿 기능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베타 버전으로 탑재된 오토파일럿 기술은 기존보다 교통사고 발생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도 “오토파일럿에 완전 자율주행기능을 탑재하려면 최소 2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3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자율주행 발전 단계를 0부터 4까지 구분해 제시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운전대 등 모든 제어장치를 책임지는 0단계부터 어떤 상황에서든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가는 4단계까지로 나뉜다. 2단계까지는 운전자가 반드시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자동주행 수준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 운전자가 2초 내에 직접 차량 제어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제한적 자율주행인 3단계는 10초 내에 운전자가 제어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자동주행 기술은 1단계에서 3단계까지를 의미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는 완성차업체가 아니라 IT 기업인 구글이다. 구글은 자체적으로 설계한 전기 동력의 무인자동차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지도 정보를 학습한 구간에서 운전대, 브레이크, 가속 페달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권형근 현대자동차 지능형안전연구팀장은 “4단계 기술을 상용화한 업체는 전 세계에 아직 없다”며 “현대차는 제한된 조건에서 운전자가 선택한 구간에서만 자율주행하는 3단계 차량을 2020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려면 무선통신을 통해 주변 차량·신호등·도로 등과 정보를 주고받아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며 “광범위한 기술 융합과 첨단 기술 인프라 통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주행하는 동안 운전자가 자거나 만화를 보는 것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