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공모자금이 실탄…해외 면세점 M&A 접촉"

롯데면세점이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해외 명품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면세점 성패의 핵심이 주요 명품 브랜드 입점에 좌우되는만큼, 명품을 직접 계열사로 거느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7일 "롯데면세점이 명품 브랜드 인수·합병(M&A)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검토 대상 업체 리스트를 작성하는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마땅한 매물이 나타나 실제로 인수가 성사될 경우, 필요한 재원으로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이 사용될 전망이다.

예정대로 오는 6월 호텔롯데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되면 호텔롯데는 최소 4조원에 이르는 공모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전체 주식 수의 40% 정도가 신주로 발행돼 일반 기관·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된다면, 기업가치(시가총액) 최종 산정액이 시장 전망값의 최저 수준인 10조원일 경우 4조원(10조×40%), 최고 수준인 20조원일 경우 무려 8조원(20조×40%)에 이르는 자금 여유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최소 2조원 이상은 호텔롯데의 '캐시카우(주요 현금창출원)'인 롯데면세점의 인수·합병(M&A) 등 공격적 성장 전략의 '실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롯데는 이런 재원 계획을 바탕으로 이미 호주 면세점 업체 등과 M&A 관련 접촉도 실제로 진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무디리포트 집계) 듀프리(스위스·48억5천만 유로)·DFS그룹(미국·37억5천만 유로)에 이어 세계 3위 면세점(33억4천600만 유로)인데, 만약 2조원의 공모자금으로 대형 M&A를 1∼2건 성사시킬 경우 1~2년 사이 2위 DFS를 제치고 1위 듀프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롯데의 전망이다.

해외 면세점 업체 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들도 롯데면세점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주요 M&A 대상이다.

롯데 관계자는 "면세점이나 호텔이나 해외 진출을 계속 추진해야하고, 상품 아웃소싱(조달)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해외 업체들과 접촉해야하는데, 명품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협상력 등에 큰 차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세계 2위 DFS 면세점이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도 모기업 프랑스 명품브랜드 그룹 '루이뷔통 모엣 헤너시(LVMH)'의 세계 유통업계 내 영향력과 상품 소싱 능력 덕이라는 게 롯데의 분석이다.

반대 사례로 최근 개장하거나 개장을 앞둔 용산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이나 여의도 63빌딩 한화 갤러리아 면세점, 동대문 두산 면세점 등은 명품 브랜드 유치에 고전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등 최상급 명품 브랜드에는 접근이 어렵다고 해도, 이밖의 고급 명품 브랜드의 경우 가격 협상만 잘 진행되면 공모자금으로 확보한 재원 범위 안에서 충분히 인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