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부품회사 존슨컨트롤스가 보안서비스업체 타이코인터내셔널과 합병한 뒤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세금을 아끼겠다며 해외로 탈출하는 미국 대기업이 또 한 곳 늘어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컨트롤스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타이코와 합병하는 방법으로 미국을 떠나기로 했다”며 “세금회피용 본사 이전을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에도 아일랜드로 향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존슨컨트롤스 주주들은 통합회사 지분 56%와 현금 39억달러를 받고, 나머지 지분 44%는 타이코의 기존 주주가 가진다. FT는 두 회사의 합병 규모를 200억달러로 추정했다.

연매출 371억달러(약 44조6000억원)의 존슨컨트롤스는 이번 합병 목적이 세금 절감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 회사는 “합병을 통해 연간 최소 1억5000만달러의 세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컨트롤스는 지난 3년간 연평균 5억6000만달러를 세금으로 납부해왔다.

미국 대기업의 세금회피용 본사 이전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 화이자와 아일랜드 제약회사 엘러간이 두 달 전 합병해 본사를 아일랜드에 뒀다. 아일랜드 법인세는 12.5%로 미국(35%)의 3분의 1 수준이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 정치권은 대기업의 세금회피용 탈출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은 대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수입 비율이 올해 1.8%에서 10년 뒤에는 1.6%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는 “기업 탈영병”이라고 혹평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기업에 출국세를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고 공약했다.

FT는 “존슨컨트롤스의 합병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세금회피용 기업탈출이 미국 정치권에 주요 문제로 다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