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만명' 무한경쟁에 영토 확장 공식화…변리사 반발

'변호사 2만명' 시대에 무한경쟁으로 내몰린 변호사들이 변리사의 주활동 영역인 특허·지적재산권 분야에 조직적 진출을 공식화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6일 협회 내에 대한특허변호사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변협은 "지식재산 분야에 특화된 역량을 갖춘 변호사들이 변리 업무 영역에서 변호사 권익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특허 및 지식재산 관련 종합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 분야에서는 민사 손해배상은 물론 조세, 상속, 형사적 문제 등 많은 형태의 분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률전문성과 소송대리권이 필요하다"며 "변리사들은 이런 분쟁을 처리할 전문적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소송을 대리할 권한도 없어 그 역할이 출원 단계의 사무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향후 지식재산 분야에서 변호사 역할이 증대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지식재산연수원'을 만들어 체계적인 교육으로 변호사의 지식재산권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허변호사회 출범은 변호사들의 대표 단체인 변협이 특허·지식재산 분야에서 변리사들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리면서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변호사는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갖지만 실제 변리사로 활동하려면 특허청에 등록해야 하고 개업하려면 대한변리사회에 신고해야 한다.

변협은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원수에 관해 아직 모집 중이라며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았다.

대한변리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특허청에 등록된 변리사는 8천176명이다.

이 중 변호사는 4천774명으로 58.4%를 차지한다.

실제 개업해 활동하는 변리사 4천146명 중에서도 변리사 시험 출신은 2천281명, 변호사는 1천273명이다.

변리사로 등록한 변호사들이 모두 대한특허변호사회에 가입해 활동하면 현재 변리사 대표 단체인 '대한변리사회'(회원수 4천522명)를 회원 수로 능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변리사들은 변호사들의 시장 지배를 막으려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는 지난달 17일 국회 앞에서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현행 변리사법 3조 개정을 촉구하고 이를 지지하는 5만135명의 서명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했다.

변리사회는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준다"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변리사 자격을 이렇게 거저 줘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