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가 올해 들어 달러화에 대해 4.2% 하락했다.

이는 연간 단위로 1994년 이후 가장 크다.

23일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세계 149개국 가운데 올해 들어 달러화에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한 나라는 126개국이다.

하락폭이 가장 큰 나라는 아제르바이잔으로 49.5%에 달했다.

한국의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6.3% 하락했고, 위안화는 4.2% 떨어졌다.

특히, 위안화 가치는 2년 연속 떨어진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 절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중국과 수출 부문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신흥국 통화 가장 타격…위안화 21년래 최대 절하
올해 달러화 강세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통화는 신흥국 통화다.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하며 미국의 통화정책과 반대로 간 일본의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5% 하락했고, 유로화는 10.2% 떨어졌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경기둔화와 원자재 가격 폭락, 유가 급락에 타격을 받은 신흥국 통화들은 많게는 50% 가까이 폭락했다는 점이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브라질 헤알화는 각각 34.0%, 33.7% 하락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각각 23.3%, 20.0% 내렸다.

위안화의 경우 작년 말 대비 달러화에 대해 4.2% 떨어졌다.

이는 1994년 위안화가 달러화에 45% 가량 절하된 이후 최대 절하폭이다.

인민은행은 18일까지 지난 10거래일간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연속으로 인상해 위안화를 1.5% 이상 떨어뜨렸다.

작년에도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2.50% 절하돼 2005년 페그제를 폐기한 이후 2년 연속 하락했다.

중국은 1994년 위안화를 달러에 고정하는 고정환율제도(페그제)를 시행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에 대해 50% 가까이 절하시켰다.

이후 2005년 페그제를 폐기하고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으나 이후에도 위안화 가치는 인민은행이 매일 고시하는 위안/달러 기준 환율에 의해 관리됐다.

환율변동폭은 2005년 관리변동환율제하에서 기준환율의 ±0.3%에서 2014년 ±2.0%로 확대됐다.

2005년 이후 2013년까지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26.85% 절상돼 당국은 지난 10년 가까이 절상 기조를 유지해왔다.

◇ 2013년부터 强달러에 위안화 절하 추세 전환
하지만, 작년부터 성장 둔화 우려와 당국의 통화 완화 정책,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이슈 등으로 위안화 가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해 8월11일 인민은행이 환율결정방식을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경하면서 위안화는 이틀 만에 3% 이상 급락했다.

인민은행의 이 조치는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노리고, 환율시스템을 시장친화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풀이됐다.

강효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중국은 위안화 절상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작년부터 달러화 강세로 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SDR 편입을 위해 절하를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유출로 외환보유액이 줄고 있다는 점도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1월말 현재 3조 4천380억 달러로 작년 중반 4조 달러에서 5천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지난 10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6개월 만에 증가세를 보였으나 11월 들어 다시 감소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따라서 중국은 환율 수준을 현실화해 자본유출 압력을 완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중국은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금리 인상 예정으로, 자본유출이 강화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 이전에 환율을 시장 친화적으로 변경해 환율수준을 현실화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 위안화 내년에도 추가 절하 압력…韓 경제에 압박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위안화 절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데다 중국은 성장 둔화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 금리 인하 등 완화적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63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내년 말 위안화의 중간 전망치는 6.60위안으로 올해 말의 6.50위안에서 1.5% 가량 추가 절하될 것으로 예상됐다.

ANZ은행그룹의 아이린 장 외환전략가는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약세 쪽만이 아닌 양방향으로 등락하기를 바라는 듯하다"며 "이는 위안화 절하 추세가 끝났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펀더멘털이 취약하고 달러가 추가 금리 인상으로 더 오를 수 있어 내년 위안화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면 중국과 수출부문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위안화의 절하 속도가 빨라지고, 주변국 통화들이 중국의 절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 위안화의 절상으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수출에서 경쟁력을 가졌다"며 그러나 "위안화의 빠른 절하는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25% 오른 달러화 강세가 지속할지가 관건"이라며, 당장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 같지 않아 달러 강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달러가 꺾이기 시작하면 신흥국별로 차별화된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은 원자재 수출국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나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