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 JB금융지주 회장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일반적으로 은행 지점엔 두 부류의 직원이 존재한다. 텔러로 불리는 창구직과 영업 등을 맡는 일반직이 그것으로, 두 직군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업무부터 다르다. 텔러는 예금과 출금, 이체, 신용카드 발급 등 단순 업무를 맡고 일반직은 대출상담, 방카슈랑스 판매 등을 담당한다.

급여차도 크다. 대다수 은행에서 텔러직 급여는 일반직의 70~80% 수준이다. 임금격차는 과거 텔러직에 상업고등학교 출신을, 일반직에 4년제 대졸자를 주로 뽑던 때부터 있어왔다. 취업난 탓에 텔러직에 4년제 대졸자가 대거 몰리는 지금도 이런 칸막이는 그대로다.

JB금융이 은행권 최초로 ‘텔러-일반직’ 직군 구분을 없앴다. 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텔러, 일반직으로 구분하고 일반직은 고임금을 받는 구조로는 은행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에서다.
[은행 두 곳의 파격 임금개혁] 텔러·일반직 벽 허문 JB금융 "수익성 저하…고임금 깨야 생존"
◆직군 통합한 JB금융, 왜?

JB금융이 일반직·텔러 구분을 없앤 건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광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21억원으로 2011년(1363억원) 대비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인건비는 오히려 늘었다. 2011년 2243억원이던 판매관리비(인건비 포함)는 지난해 2574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북은행도 사정은 같다. 은행 수익성은 악화되는데 인건비는 왜 줄지 않을까. 김한 JB금융 회장은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직군을 구분한 임금체계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작년까지 광주은행은 일반직 신입사원은 정규직 5급, 텔러 신입사원은 정규직 7급으로 채용했다. 전북은행도 일반직 신입사원은 정규직 5급, 텔러 신입사원은 무기계약직으로 뽑았다. 두 은행의 일반직 초임은 4500만원, 텔러 초임은 2700만원으로 격차가 컸다.

문제는 이전과 달리 일반직과 텔러의 업무능력 차이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김 회장은 “과거와 달리 일반직이나 텔러직이나 모두 4년제 대졸자들이 지원하고 두 직군이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 급여 차가 큰 건 문제”라며 “똑같은 대학을 나왔는데도 직군에 따라 임금격차가 크다 보니 조직 내 위화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에 따라 일반직과 텔러로 직군을 구분해 따로 뽑던 채용제도를 ‘정규직 7급’ 동일직군으로 채용하는 식으로 바꿨다. 초봉도 3300만원으로 조정했다. 기존 일반직 신입사원 초임보다 1200만원가량 낮추고 텔러 초임보다는 600만원가량 높였다. 이에 반대하는 노조에는 “은행이 수익을 못 내는데 언제까지 직군 구분을 유지해야 하느냐”며 “이런 구조로는 고임금을 받는 일반직 대신 텔러직을 더 많이 뽑을 수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고성과자 특진제 도입

김 회장은 올 상반기 광주은행, 하반기 전북은행의 신입행원을 뽑으면서 새로운 직군 및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신입행원 채용 일원화로 생긴 여력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성과도 냈다. 지난해 신입사원 26명(전북은행 26명, 광주은행 0명)을 뽑은 두 은행은 올해 64명(전북은행 34명, 광주은행 30명)을 채용했다.

특진제도를 도입하는 실험에도 나섰다. 정규직 7급으로 들어온 신입사원이 6급에서 5급으로 승급하려면 통상 6년이 걸리던 것을 고성과자에 대해선 3년으로 단축시켰다. 또 5급에서 4급으로 승급하려면 9~10년 걸리던 것을 고성과자는 4~5년이면 승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실적이 좋으면 남들보다 최대 8년 이상 빨리 승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 일반직으로 입사해 호봉제를 적용받으면서 때 되면 승진하는 관행을 없애려는 시도다.

은행권에선 JB금융의 실험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의 금융거래 중 13%만 은행 창구를 거친다”며 “텔러·일반직을 구분해 임금 격차를 두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박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