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금융시장 안정 위한 금리 인상은 없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은 자산가격 거품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설에서 “통화정책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통화정책 목표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을 현재로선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옐런 의장의 발언은 Fed의 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려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거품을 막기 위해선 금리를 조기에 인상해야 한다는 일부 매파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최근 Fed 이사직에서 물러나 하버드대로 돌아간 제러미 스타인 교수 등이 대표적으로 조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금융 불안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BIS는 “저금리가 투자자들에게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의장은 그러나 “과도한 차입이나 채권 만기 전환 같은 금융시장 문제에 금리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며 자산 거품 우려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금융시장 안정은 자본건전성 규제나 스트레스트 테스트 등 감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금리 조절로 금융 안정을 추구하다 보면 물가상승률과 고용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며 “통화정책 결정 시 금융 안정이 중심이 되면 거시경제를 위축시킬 잠재적 위험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옐런 "금융시장 안정 위한 금리 인상은 없다"
옐런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거품 붕괴를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날 JP모간이 발표한 S&P500지수 차트를 인용하면서 “주식시장에 두려워할 만한 변곡점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품이 꺼지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졌던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주택시장 거품 발생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1일에는 포브스가 ‘주식시장이 충격적인 추락으로 향하는 것을 증명하는 23개 차트’라는 분석기사에서 거품 붕괴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브스가 첫 번째로 꼽은 근거 역시 S&P500지수다. 2010년과 2011년 시행한 약간의 조정을 제외하곤 거의 무방비로 급격한 상승장세가 연출됐다는 것이다.

마이클 페럴리 JP모간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의장의 시각은 Fed에서 지배적이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내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옐런 의장도 이날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 감수 성향이 늘어나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거시건전성은 통화정책이 아닌 (레버리지 규제 등) 금융 규제를 통해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Fed가 내년 하반기께나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제성장 및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유창재 특파원/이정선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