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최수현 '충돌'…김종준 행장 사퇴 거부 후폭풍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 후폭풍이 거세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2일 “금감원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가한가”라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반발했다. 이에 대해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화가 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금융계 원로와 금융당국 수장이 제대로 붙은 이례적인 장면이 전개되자 금융가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숨죽이고 있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거취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퇴거부’에 ‘조기공시’로 맞불

김 행장이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금감원은 제재 내용을 이날 조기 공개했다. 보통 한 달 이상 걸리는 징계 내용 공시를 불과 5일 만에 금감원 홈페이지에 전격 공개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과태료 부과 건을 제외한 나머지를 먼저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미래저축은행 지분 투자 과정에서의 심사를 부실하게 하고, 이사회 첨부서류까지 조작했다는 등의 내용이 공개됐다.

◆“왜 이러나” vs “자중해야”

압박이 시작되자마자 김승유 전 회장은 강한 불쾌감을 표하고 나섰다. 그는 김 행장이 미래저축은행에 투자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경징계를 받은 상태다. 김 전 회장은 “금감원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날을 세웠다. 자신을 중징계 하려다 여의치 않자 김 행장을 대타로 엮어 넣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는 또 “이런 식으로 물러나라고 하면 앞으로 누가 은행장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주변에는 “한 사람(자신)을 상대로 이렇게 할 만큼 금감원이 한가한 조직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의 발언에 금감원 수뇌부는 격노하는 분위기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심한 말이다. 나도 화가 나 있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중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회장과 금융당국의 갈등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갈등이 커질 경우 조직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일단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장창민/박종서/박한신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