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힘입어 경기 회복세 뚜렷
소비세율 인상 관건…후쿠시마 원전도 변수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딛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이 퍼져가는 상황이다.

1990년대 들어 거품 경제가 한꺼번에 붕괴되면서 고통의 시대에 빠져든 일본 경제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 1970년대의 오일 쇼크기에 버금가는 경기 침체를 경험해야 했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정점에 달한 2008년 3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11.5%를 기록하며 그로기 상태로 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년 3월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 산업 기반을 무너뜨렸다.

소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던 일본 경제가 이제 확 달라졌다.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고 기업들은 활력이 넘친다.

증시도 온기로 훈훈하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힘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안착을 점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베노믹스 자체가 갖는 위험성에 더해 과도한 재정 적자 등 일본 경제가 지닌 구조적 문제가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날개 단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는 과감한 금융완화, 재정확대, 성장전략을 '3개의 화살'로 삼고 있다.

현재로서는 순항하며 장기 불황 탈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리먼 사태 이전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14,000선에 도달했다.

과감한 양적완화와 미국 경제의 개선 조짐은 엔저를 가속화해 엔화가치를 달러당 100엔대로 끌어내렸다.

이는 당장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도요타의 지난 4∼6월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약 88% 증가했다.

도요타 외에도 나머지 자동차 업체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또 일본 재무성의 법인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올해 4∼6월 전 산업의 경상이익은 19조8천52억 엔(약 221조1천468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31.2% 증가했다.

이 기간 설비투자도 전년동기 대비 0.02% 증가, 3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9∼12월 GDP가 연율 0.2%를 성장하며 3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에서 탈출한데 이어 올해 1∼3월에는 연율 4.1%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회복 탄력을 더욱 높였다.

일본 민간 연구기관들은 4∼6월 GDP 성장률이 연율 3.0∼4.3%(평균 3.8%)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지표 개선을 반영, 일본은행은 지난 5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내 경기 판단을 "완만하게 회복중"으로 2개월 만에 상향 조정하며 일본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음을 확인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사이토 쓰토무(齋藤勉) 연구원은 "대담한 금융완화 등 일련의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며 "아베노믹스가 경제를 끌어올린 상태"라고 평가했다.

◇아베노믹스의 미래는?…'글쎄'
아베노믹스가 긍정적인 효과 만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원자재 수입 부담증가에 따른 중소기업 경영난 등 부작용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가장 우려스런 점은 일본 경제가 지닌 구조적 문제다.

올해 6월말 현재 일본의 국가채무는 1천8조6천281억엔으로, 사상 처음 1천조엔을 넘어섰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감세를 단행하고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에 재정을 대거 투입한 결과다.

2012년 현재 재정적자도 48조엔으로 GDP의 10.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대책에 나섰다.

현행 5%인 소비세율을 2014년 4월부터 8%로 올리고, 2015년 10월부터는 10%로 추가 인상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소비세율 인상은 필연적으로 가계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기 마련이다.

이 경우 겨우 회복세로 접어든 경기가 다시 고꾸라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 일본 정부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이 때문에 소비세율 인상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소비세율을 올리지 않으면 재정적자를 줄일 수단이 마땅치가 않다.

소비세 인상 등을 통해 2020년도까지 재정적자를 흑자화한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도 뒤틀리게 된다.

이는 일본 경제의 신인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일본의 재정적자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괴력을 인식, 일본 정부에 재정적자의 해소를 압박하고 있다.

아베 총리로서는 10월 상순 소비세율 인상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통해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판가름할 기로에 서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태도 일본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뚜렷이 부상하는 양상이다.

조기에 오염수 유출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아베노믹스의 미래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