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와 일본 기업을 연결하는 인력소개업체 GTN의 고토 히로유키 사장은 최근 몽골 정부 산하 인력송출기관을 방문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고토 사장은 평균 임금이 몽골의 다섯 배에 달하는 일본이 몽골인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몽골 정부 담당자가 “급여가 더 높은 한국에서 일하는 편이 낫다는 게 몽골 국민의 인식”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는 182만 명으로 10년 새 2.5배 늘었다.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8%에서 2.7%로 크게 높아졌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와 민간 연구소는 저출산·고령화로 일본 산업 전체적으로 2030년 644만 명, 2040년 110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해소하려면 일본은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을 10%까지 높여야 한다. 지금보다 외국인 근로자를 3~4배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인력난을 겪는 업종이 한국과 겹친다는 게 일본의 고민이다. 2030년 일본은 서비스업에서 400만 명, 도소매업과 제조업에서 각각 60만 명과 38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해지는 중국과 대만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25.4%를 차지하는 베트남 인력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2022년 베트남 근로자의 월평균 수입은 660만동(약 35만원)으로 1년 새 12% 올랐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32년이면 베트남의 현지 급여 수준이 일본의 50%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베트남인이 일본을 외면하고 급여 수준이 더 높은 한국에 가기를 희망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급해진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35년까지 시간당 평균 최저임금을 1500엔(약 1만3213원)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최저임금을 지금의 1.5배로 늘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 불합리한 처우 때문에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을 받은 기능실습생 제도는 폐지했다. 대신 근로자 권익을 강화한 육성취업제도를 신설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