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물가가 치솟는 ‘기후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올리브유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의 올리브 수확량이 반토막 나자 올해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1년 새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세 배 폭등하고,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역시 30% 이상 급등했다. 카카오와 로부스타의 작황 부진도 기후변화 영향이 크다. 기후플레이션이 밥상 물가를 전방위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치솟자 국내 식품회사는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30% 넘게 인상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하는 CJ제일제당 올리브유 가격은 33.8% 올랐다. ‘백설 압착올리브유’ 900mL는 1만9800원에서 2만6500원으로, 500mL 제품은 1만2100원에서 1만6200원으로 올랐다. 샘표도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30% 이상 상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대림과 동원F&B도 비슷한 시기에 대형마트에 가격 인상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일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가운데 식품사들이 두 자릿수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원가 부담이 임계치에 달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t당 1만88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1만달러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1분기 t당 5626달러에서 1년 만에 80% 가까이 뛰었다.

양지윤/이선아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