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에서 흔하게 접하는 광고 중 하나가 시계광고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광고들이지만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광고 속 시계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시계가 10시10분35초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계광고 속 시침과 분침은 왜 어김없이 10시10분35초를 가리키고 있을까. 다양한 설이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당하거나, 사망한 시간과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시간이 모두 10시10분이었다는 것.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그 시간에 맞춰놨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링컨이 피격된 시간은 밤 10시15분이었고 다음날 오전 7시22분 사망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도 낮 12시30분에 저격당해 오후 1시께 숨졌다. 1945년 8월6일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히로시마에 떨어진 시간 역시 오전 8시15분이었다.

실제 광고 속 시계가 10시10분35초를 가리키는 이유는 산업심리학적인 측면이 크다. 먼저 상표 집중 효과다. 일반적으로 시계 상표가 숫자 12 밑에 있기 때문에 상표를 떠받드는 모양으로 시침과 분침을 배치해 브랜드에 집중케 하기 위해서라는 게 광고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계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계 12시 방향엔 상표가 있고 6시 방향엔 ‘Quartz(석영유리시계)’라는 문구 또는 생산된 지역이름이 표기돼 있다. 3시 방향엔 보통 날짜를 표시하는 장치가 있다. 시침과 분침, 초침이 이들을 가리지 않고 시계 외관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모양이 10시10분35초라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10시10분35초가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모양이라는 점이다. 남승규 대전대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는 “10시10분은 약 110도의 역삼각형 구도인데 이 구도가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가장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초침이 35분을 가리키는 이유도 “V자 형태의 시침, 분침과 35초 위치에 놓인 초침이 원을 3분의 1씩 나눈 Y자의 황금비율을 그려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10시10분’ 모양이 마치 사람의 웃는 입 모양을 떠올리게 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유발하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