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스마트 넷제로 시티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스마트 넷제로 시티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활용한 도시 모델인 ‘스마트 넷제로 시티(SSNC)’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공장, 데이터 센터 등의 확장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수원은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탄소중립 해법으로 SSNC를 제시했다. SMR은 전기 출력 300MWe 이하의 소형모듈원자로를 의미한다. SSNC는 세계적으로 개발 수요가 증가하는 스마트 시티와 SMR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혁신형 SMR(i-SMR)을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연계해 도시에 친환경 무탄소 에너지를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도시 형태다.

한수원은 i-SMR을 기반으로 하는 SSNC가 새로운 수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의 실제 도시를 기반으로 해당 지역이 SSNC로 개발될 경우 어떤 이점을 누릴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SSNC는 착공부터 형성, 확대까지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도시의 성장에 맞춰 태양광, 풍력, i-SMR을 순차적으로 건설하면 도시에 필요한 에너지를 시기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다. 경제적인 전원인 i-SMR과 연료비가 들지 않는 재생 에너지로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기존의 도시에 비해 에너지 소비 비용이 최대 30%까지 절감될 전망된다.

SSNC는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생산비용 절감’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i-SMR은 전력 뿐만 아니라 철강·석유화학 산업에 필요한 열에너지(공정열), 수소 등 도시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탄소 배출 없이 공급할 수 있다. 또 도심항공교통(UAM), 원격 의료 서비스 등 편의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도 도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향상될 것으로 한수원은 기대했다.

해외에서도 탄소중립 스마트 시티 개발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재생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공급은 효율성 측면에서 단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한수원이 제시한 SSNC를 실현하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에너지 안보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

i-SMR은 안전성이 높아 도시 인근에도 건설할 수 있다.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의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영향이다. 탄력 운전 성능도 우수해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일조량이 많은 날 재생 에너지의 전력 생산량이 증가하면 실시간으로 i-SMR이 출력을 줄여 안정적으로 전력 계통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 오는 2028년 i-SMR의 표준 설계 인허가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개발 단계부터 최초 호기 건설을 위한 민·관 협력 및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30년대 초반 최초 호기 완공과 세계 SMR 시장 진출, SSNC의 수출 성과 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한수원은 예상했다.

한국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의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존의 화력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 특히 SMR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업계는 한국의 우수한 대형 원전 건설 및 운영 능력을 토대로 적극적인 마케팅과 기술 개발을 접목한다면 글로벌 SMR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글로벌 탄소 중립이라는 길고 험난한 여정에 앞서 도시의 탄소중립 달성을 통해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수원은 원전 산업계와 관련 연구 기관 및 학계 등과 힘을 모아 i-SMR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