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이 옛 계열사인 한라공조 되찾기에 시동을 걸었다.

한라공조는 현재 국내, 북미, 유럽, 아시아 등지에 13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공기조절 장치(에어컨·히터 시스템) 기업으로 대전, 평택, 울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

1986년 한라그룹의 만도기계와 포드가 50대 50의 비율로 합작해 설립했으나 한라그룹 부도와 계열사 구조조정으로 1999년 포드 계열 비스티온에 한라 보유 지분이 모두 매각돼 경영권이 넘어갔다.

한라공조 경영권 문제는 지난달 초 1대 주주인 비스티온(69.99%)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권업계는 물론이고 자동차업계에서 현안으로 떠올랐다.

비스티온은 보유 지분 외의 한라공조 지분 30%를 9천131억원에 공개매수하고 100%를 확보하게 되면 상장폐지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8.1%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의 불참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비스티온은 2차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라그룹이 한라공조 인수 추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공개매수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한라그룹 주력사 만도가 국민연금으로부터 한라공조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한라그룹은 이번 움직임이 한라공조 되찾기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라그룹과 그룹을 이끄는 정몽원 회장으로서는 1998년 경제위기와 부도, 구조조정을 거치며 놓쳐버린 계열사를 되찾는다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고(故) 정인영 전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원 회장은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에 만도기계, 한라건설뿐 아니라 한라공조 사장을 거친 바 있다.

한라그룹은 한라공조와 마찬가지로 구조조정 과정에 매각했던 만도의 경영권을 2008년 되찾아왔으며 현재 두 상장사(만도, 한라건설)를 포함해 1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그룹 측은 "한라그룹이 직접 창업한 한라공조가 공조분야 글로벌 빅4 중 하나인데도 현재 모회사인 비스테온의 재무적 리스크 때문에 평가절하됐다"며 "한라공조의 기업 가치 제고에는 만도가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한라기업의 주력사인 만도와 주요 고객사가 달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고 한라공조가 꾸준히 수익을 내는 알짜 기업인 만큼 기업 가치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한라공조의 작년 기준 매출액은 2조58억원, 영업이익은 1천709억원이며 올 상반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조264억원이다.

회사 측은 "해외 완성차 가운데 만도는 GM, 한라공조는 포드 중심으로 고객이 구성되어 있으므로 한라공조를 인수한다면 양사 간에 고객 스와프(Swap)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수 가능성에 대해 한라그룹 측은 "이제 제안하려는 단계"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스티온이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 한라공조에 5천만달러를 투자해 '차량공조 시스템 연구개발(R&D)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놓기는 했지만, 비스티온 자체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지분 매각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비스티온이 한라공조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끊임없이 나돌며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비스티온의 주주는 주로 재무적투자자(FI) 펀드로 구성돼 있어 한라공조를 장기적으로 가져가기 쉽지 않다"며 "단기 이익을 내려는 주주들이 출구전략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라그룹은 인수 자금 마련에 대해서도 주력 계열사의 자산이 충분한 만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자를 유치해 매칭펀드 개념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라그룹의 인수가 외국계인 비스티온의 공개매수보다는 여론 면에서 유리하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비스티온의 공개매수 당시 한라공조 노조(금속노조 한라공조 대전·평택지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매수와 상장폐지가 외국계 기업의 '이익 빼가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개매수 계획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