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IG 등 미국 대형 금융사들이 잇따라 구제금융 상환에 나서고 있다.

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BOA는 정부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따라 지원받은 공적자금 450억달러를 전액 상환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BOA는 신주 발행(188억달러)과 이미 확보한 유동자금(262억달러)을 활용해 구제금융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미 금융당국도 BOA의 구제금융 상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스 루이스 BOA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미국 최대 은행으로서 납세자의 돈을 갚을 의무가 있고 그 약속을 지킬 능력이 된다"며 "지원금을 이자와 함께 모두 갚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BOA가 서둘러 구제금융 상환에 나선 것은 은행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경영진에 대한 정부의 연봉 제한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AIG는 1일 자회사의 우선주를 매각해 뉴욕연방은행에 250억달러를 갚았다. AIG는 아시아 지역 자회사인 AIA의 우선주를 160억달러에,50개국 이상에 진출한 알리코의 우선주를 90억달러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AIG가 뉴욕 연준에 갚아야 할 빚은 170억달러로 줄었다. 대형사들이 구제금융 상환에 나서면서 웰스파고,씨티그룹도 상환 압력을 상당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상원 농무위원회에서 7000억달러 규모의 금융구제 프로그램을 조만간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600조달러 규모의 국제 파생상품 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