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이 희망퇴직 접수를 통한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대형 해운업체가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은 지난 8월 한진해운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적인 해운시황 침체로 인해 대형 선사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유동성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는 탓이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달 초부터 정규직 임직원 2000여명 중 직급별로 일정 근속연수 이상인 6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근속연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임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도 받아들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 신청자에게는 2년치 연봉을 보상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15일까지 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서를 접수한 뒤 이달 안에 대상자를 선별,인력 감축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자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의 수는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상선의 연간 당기순손실 규모가 5000억~6000억원대로 예상되는 등 적자 폭이 커진 데다 컨테이너선 시황 침체가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노선 통 · 폐합 등 사업 조정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덴마크 머스크사 및 프랑스 CMA CGM사 등과 함께 운영해온 아시아(중국 · 한국)~미국 동부 해안 노선의 일부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에 앞서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은 이미 지난 8월 말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국내 육상 직원 890여명의 5%가량인 40명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국내 대표 선사들마저 인력 감축 및 사업 조정에 돌입함에 따라 STX팬오션,대한해운 등 다른 대형 선사들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일반화물을 취급하는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이 높아 글로벌 교역 위축에 따른 영업타격이 심각하다. 반면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은 철광석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 사업 비중이 높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STX팬오션,대한해운 등 국내 4대 선사들이 올해 약 2조원 이상의 합계 당기순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대형 선사들은 각각 6000억~1조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했지만,여전히 숨통이 트이지 않는 상황이다.

박민제/장창민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