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발표한 '2009년 세제개편안'의 한 축은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다. 설비투자금액을 세금에서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예정대로 연말에 폐지하고 지난해 세제개편 당시 완화했던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각종 공제를 받아도 최소한 내야 할 세금)도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 이 두 가지로만 대기업은 2조원에 가까운 세금부담을 안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산층 · 중소기업 지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세금부담 증가로 투자와 소비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과세 강화

정부는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20%로 낮아지게 됐고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등 각종 세제 혜택안이 신설되면서 대기업의 세부담이 완화된 만큼 기존의 세제 지원안을 철회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1982년 도입된 이후 20년간(8년간은 한시 폐지) 운영돼 온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올해를 끝으로 폐지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란 투자 가운데 기계장치 등 설비에 대한 신규 투자에 한해 투자액의 3~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것으로 연간 공제금액은 평균(최근 3년) 2조원 이상에 달하고 있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임투세액공제가 폐지되지만 R&D 에너지 분야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별도로 이뤄지므로 기업들이 실제로 늘어나는 세부담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과세기반 확대를 위해 이 제도의 폐지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제개편 당시 완화됐던 최저한세율은 다시 강화된다. 최저한세율은 각종 공제 · 감면으로 기업이 납부할 세금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소득에 매기는 세율의 최저한도를 정해놓은 제도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과세표준 100억원 이하 대기업들은 2008년 세제개편 당시 나온 안대로 최저한세율이 각각 올해 8~11%에서 내년 7~10%로 인하된다. 반면 과세표준 100억원 초과 기업은 현행 11~14%에서 내년 13~15%로 상향 조정된다. 예컨대 과세표준 100억원인 기업의 최저한세액은 올해 8억원에서 내년 7억원으로 낮아진다. 반면 과세표준 1000억원인 기업은 올해 110억원에서 내년 130억원으로 올라간다. 재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최저한세율이 강화되는 기업은 1000개에 이르며 이들은 3200억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황인학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기업들은 당연히 내년 이후에도 세제혜택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을 마련한 상태"라며 "갑자기 지원을 중단하면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최저한세율 상향 조정도 경기가 완연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이른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이자소득 원천징수제 부활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은 작년 6월부터 채권이자 소득분에서 법인세 14%를 면제받아왔지만 내년부터는 개인 · 일반법인과 마찬가지로 소득 발생 시점에서 원천징수당하게 된다. 재정부는 "다음해 법인세 신고시 이미 원천징수한 세금을 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천징수제가 부활하더라도 기업의 실질 세부담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회사 입장에선 원천징수된 시점에서부터 법인세 납부 때까지 원천징수당한 세금에 해당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기회를 잃게 돼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재정부는 이번 제도로 2011년에 법인세로 매길 부분을 2010년에 원천징수하게 되면서 5조2000억원의 세금을 미리 당겨 걷는 효과를 본다.

정종태/박신영/송형석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