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조정위원회 위원장 겸 한국무역협회장은 글로벌 경제의 회복신호가 일부 감지되고 있지만 출구전략(exit strategies)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사공일 위원장은 22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개발경제(ABCDE) 콘퍼런스에서 "세계 주요 금융.경제 정책 입안자들의 합심된 조치로 인해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직면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회복의 불안함을 고려할 때 오는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경제가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1930년대 대공항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 한복판에 여전히 놓여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만일 출구전략이 논의된다면 시장에 잘못된 사인을 주게 돼 결과적으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출구전략 논의는 내년 봄 정상회의에서 다뤄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공일 위원장은 "G20 정상들은 1930년대 미국과 1980년대 일본의 성급한 출구전략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면서 "많은 사람이 믿는 것보다 공격적인 통화 및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전세계적인 경기 부양의 철회가 너무 늦어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너무 조기에 시행된 출구전략에 따른 경기 침체의 위험보다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경제 위기 원인에 대해서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미흡한데다 저금리 정책으로 과잉 유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면서 "금융시장에는 매우 신중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공일 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시스템 개편과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효율적인 운영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현실에 맞게 IMF 쿼터와 이사진 구성이 조정돼야 한다"면서 "현재 IMF 이사회 24개 좌석 가운데 8개가 유럽에 할당됐는데 이는 경제 규모보다 많아 IMF는 세계 경제의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훨씬 더 합법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공일 위원장은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불균형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불균형이 현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 중에 하나로 간주되고 있지만 과거 두차례 G20 정상회의에서는 완벽히 논의되지 못했다"면서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협의해야 하며 보호무역주의 압력 해결을 위해서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G20의 회원국으로 신흥국과 개도국의 많은 고충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G20 정상회의가 G8을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으며 G8과 G20은 상호 협력을 통해 전세계를 대표해 지속적인 안정과 번영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아시아 단일 통화에 대해 "우선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를 논의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아시아 단일 통화의 경우 정치적인 의지와 리더십, 용기가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