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 3공장 노조의 욕심이 끝이 없어 보인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3공장 노조는 넘쳐나는 생산 물량 중 일부를 인근 2공장에 나눠 달라는 동료 조합원들의 요구를 3개월째 외면하고 있다. 정상적인 노사 관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노조 동의 없이 생산 물량을 회사가 마음대로 배분할 수 없다'는 단체협약 조항 때문이다.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 조항 때문에 현대차는 지난 1월 250억원을 들여 아반떼의 혼류 생산(한 라인에서 여러 가지 차종을 한꺼번에 생산) 시설을 해 놓고도 2공장으로 물량 이전을 못 하고 있다. 덕분에 3공장 조합원들은 전 세계 자동차공장 중 유일하게 잔업과 특근을 하며 월 100만원 이상의 추가 수당을 챙기고 있지만 2공장의 동료 조합원들은 일감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이 때문에 회사가 심각한 경영 차질을 빚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 같은 3공장 노조의 욕심에 노조 집행부도 손을 들었다. 윤해모 현대차 지부장(노조위원장)이 "조합원 고용 보장을 위해 '물량 나누기'가 필요하다"는 담화문까지 발표했지만 3공장 노조는 소속 대의원 33명 만장일치로 물량 이전 반대 입장을 결의했다. 노조 게시판에는 연일 3공장 노조를 비난하는 글들이 빗발치고 있지만 3공장 노조는 오히려 조합원들의 임금 저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회사 측은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4만5000명 전 조합원들의 고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3공장 노조가 끝까지 아반떼 물량을 내놓지 않으려는 데는 노조 내 계파간 '정치적' 이유도 한몫 하고 있다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3명 노조 대의원들 중 현 집행부 현장 조직인 민투위 소속은 3명뿐이고 나머지는 다른 현장조직 출신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내 10여개에 이르는 현장 조직들이 눈만 뜨면 집행부를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마당에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현 노조집행부 손을 들어 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노조 집행부가 3공장 물량 이동 문제를 노조 직권으로 25일 대의원 대회에 상정해 표결 처리키로 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아무쪼록 노조 집행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노노간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