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다소 풀리면서 채권 발행을 위해 해외시장을 노크하는 기업과 은행들이 잇따르고 해외차입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20일 7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며 조달 자금을 원료구매와 국내 설비투자에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행한 채권은 5년 만기로 발행금리는 8.95%에서 결정됐다.

포스코는 당초 이 채권을 9.25~9.5% 수준의 발행금리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천억 달러 국채 매입 계획으로 미 국채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금리가 낮아졌다.

앞서 포스코는 채권 발행을 위해 씨티그룹 등을 주관사로 선정해 싱가포르 홍콩 런던 미국 등에서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포스코 해외채권 발행에는 300여개 투자기관들이 몰려 당초 계획보다 4배 이상인 33억 달러의 주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해외채권 발행으로 해외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외환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의 외화조달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최근 3억3천만 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또 최근 달러 구하기가 어려웠던 금융권에서도 해외채권 발행에 나서는 은행들이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정부 보증을 받는 외화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정부와 조건 등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5억~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을 위해 최근 메릴린치증권 등 4곳을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나 규모와 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30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향후 다른 기업과 은행들이 잇따라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하면 국내 외환시장의 유동성은 한층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해외채권 발행이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과 은행들의 조달 금리 수준이 높아 부담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달러를 일부 회수할 정도로 외화유동성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며 "무역수지 흑자 기조 등의 영향으로 오는 5월쯤에는 외화유동성이 개선됐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8~9% 금리 수준에라도 외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은 성공적인 케이스"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기업과 은행들의 발행금리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윤선희 이봉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