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불구하고 국산 LCD(액정디스플레이) TV가 원화 약세와 마케팅 강화전략 등에 힘입어 세계시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LG전자는 15일 단일 모델로는 처음으로 32인치(32LG3000ZA) LCD TV가 100만대 판매를 넘어서 '밀리언 셀러'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지난해 4월 유럽시장에 처음 내놓은 것으로 1999년 LCD TV 사업을 시작한 이래 단일 모델 가운데 처음으로 밀리언 셀러 반열에 올랐다.

LG전자 관계자는 "환율효과 등으로 올 들어 유럽시장에서 LCD TV 매출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증가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판매량이 20%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1~2월 LCD TV 판매 증가세가 전년 대비 2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TV 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북미 시장에서 2위인 소니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NPD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시장에서 수량기준 점유율 26.0%를 차지하며 소니와의 격차를 두배로 벌렸다. 소니는 연초부터 계속된 엔고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뒤처지면서 점유율이 13.1%에 그쳤다.

국내 TV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LCD 패널업체들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연초부터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세계 TV용 LCD 판매량(면적기준)은 경기침체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18% 줄어들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16%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TV 강국 효과를 누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내륙 농촌지역의 가전제품 소비진작을 위해 지원금을 주는'가전하향(家電下鄕)'정책과 올 상반기로 예정된 미국의 디지털방송 전환 등에 힘입어 LCD TV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현예/송형석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