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기업으로 꼽혀왔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 최대 자동차업체로 파산 기로에 서 있는 제너럴모터스(GM)의 뒤를 밟을 것이란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GE의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인 GE캐피털이 갖고 있는 자산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가 투자자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면 소비자금융 비중이 높은 GE캐피털도 결국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GE 주가는 4.5% 하락한 6.69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장중 한때 15% 이상 폭락하며 5.73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GE 주가가 6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1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GE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80% 이상 빠졌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시가총액도 707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시한폭탄' 안은 GE…월가 "GM 전철 밟나" 초긴장
그동안 GE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GE캐피털의 부실화 우려는 뉴욕 증시에선 공포에 가깝다. GE캐피털은 연체 가능성이 있는 대출자산을 포함해 총 637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연체율이 높아져 보유자산이 부실화되면 GE 전체 재무 안정성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GE캐피털이 부실에 대비해 쌓아두고 있는 총여신 대비 손실유보금 비중은 1.4%로 미국 10대 은행 평균(2.5%)보다 훨씬 낮다. 시장은 한마디로 GE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07년만 해도 GE캐피털의 순익은 GE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GE와 GE캐피털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란 관측도 끊이지 않는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작년 말 GE와 GE캐피털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앞으로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GE로선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위협받게 됐다. GE캐피털의 자금조달 능력과 현금흐름 악화 등이 이유였다. 무디스도 1월 말 GE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말 3,4분기 배당을 예년의 주당 31센트에서 10센트로 68% 축소하기로 결정하자 GE의 현금흐름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전망이 확산되며 주식을 투매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GE가 분기 배당금을 줄인 것은 71년 만에 처음이다.

'시한폭탄' 안은 GE…월가 "GM 전철 밟나" 초긴장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정부에서 1800억달러를 지원받고도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금융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금융사라면 어떤 곳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GE는 GE캐피털에 총 95억달러를 출자하고,배당금을 줄여 90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의 자구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GE가 자본 확충 계획이 없다고 밝혀도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이멜트 회장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붕괴 위험에 처하고 그 후유증을 GE가 겪게 될지 몰랐다"며 "금융 사업 부문 규모를 축소하고 변동성을 줄이는 쪽으로 리스트럭처링(재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E는 전체 수익에서 GE캐피털이 차지하는 비중을 3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CEO까지 나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GE가 GE캐피털의 실적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턴 에이지의 애널리스트인 닉 헤이만과 매튜 켈리는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영향으로 최근 GE에 악재로 작용했던 각종 요인들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식 매도 의견을 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