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세 번째 부자인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집안에서도 갖지 못할 물건은 무엇일까. 정답은 MS 경쟁사인 애플의 히트 상품 아이팟과 아이폰이다.

게이츠의 아내 멜린다는 패션잡지 보그 최신호에서 "우리 집에서 금지 품목은 거의 없지만 아이팟과 아이폰만큼은 아이들에게 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폰과 아이팟은 미국인들이 하나쯤 갖고 있는 인기 제품이지만 애플 제품은 사지 않을 정도로 게이츠 부부가 경쟁 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멜린다도 아이폰이 매력이 있음을 고백했다. 그는 "매번 내 친구들의 아이폰을 볼 때마다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게이츠는 현직에 있을 때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최고경영자)와 경쟁관계였다. 게이츠는 1975년 MS를 설립했고,잡스는 다음해 애플을 창업했다. 1980년대 초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은 MS 도스와 애플 맥 OS로 출발했지만,시간을 거쳐 1990년대 중반 윈도가 평정했다. 실패한 잡스는 애플을 떠났다가 다시 복귀,아이팟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다. 게이츠가 은퇴하고 잡스와 경쟁관계는 끝났지만 게이츠가 애플의 제품을 금지하는 건 이런 뿌리 깊은 둘 사이의 경쟁 때문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