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지배적 사업자는 우리가 아니다.너희다'

유.무선업계 1위업체인 KT와 SK텔레콤이 상대방에 대해 '지배적 사업자'라며 난데없이 '통신업계 지존' 자리를 양보(?)하는 웃지못할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KT가 KTF와의 합병을 발표한뒤 SK텔레콤이 '합병되면 필수설비를 보유한 KT의 통신시장 지배력이 강화돼 공정경쟁이 원천적으로 사라진다'고 주장하자 KT가 '영업이익, 유무선 통합시장에서의 영향력, 광케이블 점유율에서는 SK통신계열사가 우리를 앞선다'고 반박한 것이다.

양측이 주장하는 내용을 들여다 보면 나름대로 설득력은 있다.

SK진영의 공격은 2007년 기준으로 KT는 시내전화 시장 90.4%, 시외전화 85.4%, 국제전화 43.6%, 초고속인터넷 44.3%로 이미 유선통신시장 전 영역에서 독점적 내지는 지배적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는데서 출발한다.

KT에 비해 2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의 규모는 시내전화 9.7%, 초고속인터넷 56.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이동전화는 2위인 KTF의 가입자가 SK텔레콤 대비 62.5%나 돼 유.무선 분야에서 1,2위 차이가 심하다고 주장한다.

매출액도 KT가 11조9천억원으로 SK텔레콤(11조3천억원)을 능가한다.

필수 설비 차이는 더욱 심하다.

KT가 보유한 광케이블(24.5만㎞), 동선(31.3만㎞), 통신관로(10.9만㎞), 통신주(400만본)인데 반해 SK브로드밴드는 11년간 5조7천억원 이상의 누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보유 설비는 광케이블이 KT대비 10%, 관로는 3%에 불과, 격차를 좁히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에대해 KT는 다른 주장이다.

우선 매출액면에서 KT는 SK텔레콤을 소폭 앞서지만 영업이익을 따져보면 KT 1조4천300억원, SK텔레콤 2조1천700억원으로 7천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유.무선 인터넷 시장에서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이미 SK진영이 50% 이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데 반해 KT는 38%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동선이 아닌 IPTV 시청에 필요한 50M 이상(광케이블 포함) 가입자 점유율은 SK브로드밴드가 45%로 1위로 KT(3위,24%)를 능가, 시설의 질적인 면에서 앞선다.

공정위가 작년초 실시한 결합 상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역시 이동전화+유선전화(68.4:14.6%),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44.1:27.6%),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IPTV(58.3:19.5%)로 SK진영이 KT를 압도해 향후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SK가 낫다는 것이 KT의 주장이다.

하지만 양측의 이러한 공방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미 두 회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판 통신업체인 것을 모르는 국민들이 없는데 각자의 이익을 위해 유리한 통계를 내세워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통신비마저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대표업체들이 어느 부분을 강조해 지배적 사업자 운운하며 다투는 것은 보기에 안좋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