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우조선 '주인없는 설움'
이런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속속 수면 위로 고개를 들었다. 먼저 자회사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루마니아에 있는 망갈리아 조선소가 거의 '개점 휴업'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중국 등에 흩어져 있는 다른 자회사도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태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이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는 뉴스도 크게 다뤄졌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존재도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크다. 산업은행과 인수후보들 간 줄다리기가 진행되면서 '노조가 걸림돌'이라는 얘기가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강성 노조의 입김이 큰 회사'라는 이미지가 덧칠됐다. 급기야 인수 후보기업의 한 관계자로부터 "3조원도 비싸다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인수전 막판에는 올 한 해 수조원의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루머까지 돌아다녔다.
대우조선해양은 속이 탔다. 각종 억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매수가격을 깎고 싶어하는 인수 후보기업들,즉 '잠재적 새 주인'들의 눈치가 보였던 게 사실이다. 10조원 대접을 받던 회사가 1년도 되지 않아 2조~3조원짜리로 강등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외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실제 회사 운영에서도 지장이 막대했다. 영업에 나선 직원들은 회사 앞날을 걱정하는 선주(船主)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생산현장의 분위기마저 뒤숭숭했다. 한 임원은 "앞으로 이런 과정을 한번 더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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