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 생산이 언제 한계점에 도달할까. 원유값이 배럴당 50달러 시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또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유가 무한 자원이 아닌 이상 바닥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라면서 금세기 첫 10년 사이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프린스턴대 지질학자 케네스 데페예스 교수는 석유 생산이 올해안 아니면 늦어도 내년초에는 최고점에 이른 후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휴스턴의 석유전문 투자은행 관계자 매튜 사이언스는 그 시점을 2007-2009년으로 본다. 지난해 `석유의 종말'이란 책을 낸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데이비드 굿스타인 교수는 늦어도 2010년 전이라고 관측했다. 이들 전문가는 석유생산 한계 관측과 관련해 지난 1956년 미국 지질학자 M 킹 허버트가 미국의 석유산업 장래를 정확히 예측했음을 상기시켰다. 허버트는 미국의 석유 생산이 1970년을 정점으로 이후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정확히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901년부터 1956년까지의 미국내 산유 및 유전탐사 추이 등을 종합해 이렇게 예측했다. 그러나 당시는 알래스카 매장분이 제외됐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 에너지 자급률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현재 알래스카 석유 개발을 적극 추진중이다. 석유생산 한계론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석유시추 기술이 발전하기 때문에 아직도 땅과 바닷속 곳곳에 묻혀있는 원유를 얼마든지 더 발견해 캐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석유자원 고갈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30-40년은 충분히 캐낼 수 있는 확인 매장분을 중동이 갖고 있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그런가하면 석유 자원이 고갈되기 전에 세계경제 구조가 대체 에너지에 적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낙관은 금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대체 에너지 적응에 대해 "이미 너무 늦었다"고 컨설팅사 사이언스 애플리케이션스 인터내셔널의 로버트 허치 에너지전문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 소비대국 미국을 예로 들면서 평균 자동차 수명이 17년이기 때문에 `석유대란'에 대비해 고연비차 생산을 당장 의무화한다해도 20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 구조가 탈석유 시대에 적응하는데도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치는 석유에서 대체 에너지로 넘어가는 과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석탄과 천연가스 및 다른 비석유 에너지를 석유대체 연료로 바꾸는 과정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한 예로 석탄을 액체 형태의 `합성석탄'으로 바꿔 기존의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나 그 작업에 에너지가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합성석탄이 `깨끗한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석탄에 비해 그렇다는 얘기로 여전히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등 공해물질 배출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여기에 합성석탄 공장 설치에 대한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고 대량생산이 이뤄지더라도 합성석탄에 맞는 정유소와 파이프라인, 터미널 등 새로운 인프라 건설에도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자동차 연료용 합성석탄이 석유로 환산할 경우 배럴당 32달러 가량이면 상용화가 가능하다면서 배럴당 50달러인 석유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합성석탄이 상용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유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 경우 합성석탄의 시장성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시된다. 대체 에너지가 만능이 아니라는 입장의 전문가들은 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각광받기 시작한 `오일샌드'와 유황 함유량이 많은 저급 `중유'를 상용화하는데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오일샌드의 경우 캐나다에 많이 매장돼있으며 중유는 베네수엘라가 특히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은 캐나다의 경우 지금도 석유 생산의 8% 가량이 오일샌드로 충당되지만 모래에서 석유를 추출하기 위해 뜨거운 물을 배합해야 하는데 이 물을 끓이는데 천연가스가 쓰인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상당한 에너지가 투입되는게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허치는 "석유대체 에너지 문제는 결코 간단치 않다"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누구도 석유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