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정상화 지원을 둘러싼 채권단과 LG그룹간 힘겨루기가 '봉합'됨에 따라 카드 대란 위기의 급한 불은 일단 진화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LG카드가 현금 서비스 전면 중단 등으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영업 기반이 훼손돼 정상화에 애로가 우려되고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카드 업계가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어 잠재적 불안은 아직 남아있다. 또 시장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카드발 금융 위기에 대한 책임 소재를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LG카드 유동성 위기 일단 진화 채권단이 LG카드에 대해 2조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결정해 LG카드는 일단 부도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됐다.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한 신규 자금 2조원은 LG카드가 올 연말이나 내년 1.4분기까지 신규 자금 차입 등 외부의 지원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LG가 이미 발표한 1조원의 증자가 이뤄지고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LG카드 채권의 만기가 연장되면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는 일단 사라지게 된다. LG카드의 차입금 21조4천억원 가운데 60% 정도를 금융권이 보유하고 있고 이 중40%를 은행권이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 투신 등 제2금융권도 은행권과 보조를 맞춰 LG카드의 정상화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금융시장 불안 진정 전망 LG카드에 대한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 및 채권 만기 연장은 LG카드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감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소속 은행 입장에서는 LG카드가 부도 처리될 경우 LG카드에 물린 5조원상당이 부실 채권으로 처리돼 이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LG카드가 정상화될경우 채권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또 LG카드의 현금 서비스 전면 중단 사태로 우려되고 있는 현금 서비스 대란이다른 카드사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돼 LG 이외의 카드사들도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카드의 회원들도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현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가맹점의 결제 서비스도 종전처럼 이뤄지게 돼 카드 사용에 불편이 없으며 현금서비스 중단과 한도 축소에 따른 신용불량자 양산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다. 또 침체에 빠졌던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카드 업계에 대한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면 카드사들도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하고 카드 이용 대금 회수도 용이해져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해진다. ◆ 잠재적 불안은 여전 하지만 LG카드와 카드 업계 전반에 대한 잠재적 불안은 아직도 남아있다. LG카드의 경우 이번 사태 전개 과정에서 현금 서비스 전면 중단 등으로 고객과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등 영업 기반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 정상화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LG카드가 채권단의 지원 결정으로 유동성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지만 경영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한 잠재 위험으로 남아 있을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영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이번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유동성 위기는 재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카드사들은 복수의 카드 소지자와 신용불량자들로 연결돼 있어 LG카드 등 일부 카드사의 위기 재발은 카드 업계 전반에 또다시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 `땜질 처방' 책임론 대두 시민단체들과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4.3 카드 종합 대책 이후 카드사발 위기가재발한 것과 관련해 시장 논리에 따른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제시하지 못하고 땜질 처방에 급급한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적자 누적,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경영이 카드사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정부의 주먹구구식 전망과 땜질식 처방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4.3 대책을 발표할 당시 올 하반기에는 연체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경기 회복 등으로 카드사들이 흑자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고 호언 장담했지만 현실은정반대였다. 뿐만 아니라 연체율을 산정할때 대환대출을 포함시키고 적기시정조치상의 연체율 기준을 폐지하는 등 카드 정책에서 오락가락하는 불안한 모습까지 보여 문제를악화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LG카드 사태가 마무리되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카드대책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LG카드 지원 여부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금융시장과 카드이용자들을볼모로 벼랑끝 대결을 펼친 채권단과 LG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노효동기자 leesang@yna.co.kr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