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잠정적으로 섬유 쿼터를 부과키로 함에 따라 촉발된 미국-중국간 무역 마찰은 달러화 약세를 가속화시키는 효과도낼 것이라고 월가 전문가들이 19일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중국이 세계 3위 미국채 보유국임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뉴욕 소재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의 북미담당 램 바가바툴라 수석연구원은"미국이 심각한 재정적자를 보충하기 위해 한해 약 5천억달러의 외국 자본이 들어와야하는 입장"임을 들어 이런 상황에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는 것이 미 경제회복에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섬유쿼터 문제를 둘러싼 미국-중국간 마찰은 달러에 즉각 영향을 미쳐 유로화대거 매입을 촉발하면서 유로의 대달러 가치가 기록적인 1.1949달러까지 치솟았다. 달러 약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 스위스프랑, 파운드및 엔화에 대해서도 일제히 가치가 더 떨어졌다. 뉴욕 소재 HSBC의 통화전략가 멕 브라우니는 지난 2001년 3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전격 발동했을 때도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면서 한 예로 유로의 대달러 환율이 사흘만에 유로당 0.8650달러에서 0.8850달러로치솟았음을 상기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달초 철강 세이프가드가 부당함을 확정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철회를 행동에 옮기지 않고 있다. 이것이 달러 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뉴욕 소재 JP 모건의 통화전략가 레베카 패터슨은 "부시 대통령이 내년 선거를의식해 (보호)무역정책을 통해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경제를 정치 논리로 운영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패터슨은 "미국이 재정적자를 보충하기 위해 하루 약 15억달러를 외부 차입해야하는 입장"임을 들어 이런 상황에서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말했다. 미 재무부 최신 통계도 미 국채 순매입이 과거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스캔들과 러시아 외채위기가 발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확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일본은행이 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 9월 기록적인 400억달러를 푼 것이 달러 가치가 더 곤두박질치는 것을 막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미니애폴리스 소재 웰스파고 은행의 한국계 손성원 부행장은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무역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경우결코 달러에 좋지못한 효과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 제조업계가 중국 때문에 일자리 250만개 이상이 사라졌으며 특히 중국이 위앤화를 달러에 페그(고정)시키고 있는 것이 대미 수출경쟁력을 부당하게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해왔음을 상기시켰다. 미측은 중국이 외환 제도를 "융통성있게 운영"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계속 늘어나 지난주 발표한 9월 실적은 적자폭이 기록적인 126억9천만달러로 늘어난 상태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도 9월에 4년전에 비해 두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 소재 법률회사 헌턴 앤드 윌리엄스의 국제비즈니스포럼 책임자 마쓰카타나오타카는 "중국이 미국의 섬유쿼터 적용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이 두나라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발언이 나온지 얼마후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를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돈에번스 상무장관은 "쿼터 부과가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조치"라면서 "중국과 대화로문제를 풀길 희망한다"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의 보고서는 미 재무부 집계를 인용해 중국의 미 국채 보유가 지난 9월 현재 18억달러 줄어든 1천221억달러였다면서 이는 2개월째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 소재 RBC 캐피털 마켓의 통화전략가 모니카 팬은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 국채를 처분하는 대신 다른 쪽으로 투자를 돌릴 수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무역 보복을 가한 것이 중국측에 의해 미국채를 투매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팬은 "아시아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계속 매각할 경우 달러 약세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이 "미달러 자산 보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어렵사리 가시화된 미 경제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도쿄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