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의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미국에서 '파산법 11조'에 대한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2월12일자)에서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해 기업을 회생시키려는 취지로 제정된 파산법 11조가 경쟁력 없는 기업의 생명만 연장시켜 오히려 부작용만 낳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진작에 없어져야 할 기업들이 파산법 11조의 보호속에서 계속 살아남아 다른 건전한 업체들까지 파멸로 이끄는 '좀비(Zombie·걸어다니는 시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산규모만 키운다=파산법 11조는 파산한 회사가 부채변제 방안을 마련하면 운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그 골자다. 최근 항공업계 최대 규모의 파산을 기록한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이 조항에 의지해 연명을 시작했다. 때문에 1978년 이후 10대 파산 중 7건이 아직도 파산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총 자산규모도 3천억달러에 육박한다. 과거 경영진이 그대로 남는 것도 문제다. 월드컴 채권단은 90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으로 물의를 일으킨 존 시즈모어 최고경영자(CEO)를 3개월 동안 해임하지 못했다. 내부 규정에 따라 그가 새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파산법 11조는 변호사와 회계사,구조조정 전문가들의 배만 불리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죽은 기업을 대상으로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엔론의 경우 파산보호 신청 이후 2년간 7억달러,월드컴은 10억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이들에게 지불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사까지 위기에=파산보호를 받는 기업들은 생명연장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인건비 축소 등을 통해 가격덤핑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배수진을 친 파산보호 기업과의 경쟁은 스스로를 파산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델타 콘티넨털 등 미국 항공사들은 유나이티드항공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운임료 저가공세가 더욱 본격화돼 항공업계가 한꺼번에 파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스튜어트 길슨 교수는 "때로는 기업을 과감히 청산하는 게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더욱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미국의 파산법은=미국의 파산법에서 파산절차와 관련한 조항은 크게 '파산법 11조'와 '파산법 7조' 두 가지로 나뉜다. 파산법 11조는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절차다. '파산보호'라고도 불리며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반면 파산법 7조는 명실상부한 파산으로,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