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월드컴 등 미국 유수 기업들의 잇따른 회계부정 사태에도 불구, 미국인들이 대기업에 대해 갖고 있는 종전의 '낮은 신뢰도'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26-30일 성인 1천24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설문조사를 실시, 1일 ABC방송 인터넷판에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집계된 대기업의 신뢰도는 지난 91년, 81년 조사때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대상자의 23%만이 대기업에 `아주 높은' 혹은 `상당히 높은'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대답해 여전히 기업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반영했다. 이는 10년전인 91년과 20년전인 81년에 보인 22%와 26% 비율과도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또한 `약간의 신뢰'(Some) 혹은 `조그마한 신뢰'(little)를 보인 응답자는 전체의 75%로 역시 지난 91년(76%), 81년(71%)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뿐만아니라 `극도로 미미한 신뢰'(very little)를 표시한 응답자도 33%로 91년과 81년의 31%와 비슷했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에서는 설문 대상자의 63%가 "기업의 규제는 대중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응답, 4년전 같은 반응을 보인 응답자 비율보다 10%포인트늘어났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같은 규제가 "좋은 점을 가져오기 보다는 해악을 끼친다"는응답자 비율은 30%로 오히려 10%포인트가 하락, 미국인들 사이에 회계보고 등에 있어 기업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이전보다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업규제의 필요성이 새로운 입법조치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는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단지 29%만이 회사가 재정상태를 보고하는 방식을 통제하는 새 법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대신 응답자의 대다수는 현행법을 더잘 적용시키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최근에 터져나온 일련의 회계부정 사태가 개별적인 사안이라기보다는 많은 회사들이 재정상황을 보고하는 방법과 관련해 벌어지는 광범위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