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유가 강세가 미국을 시발로 어렵게 기세가잡힌 세계경제 회복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4일 우려했다. 이들은 그러나 석유시장 수급기조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중동사태 등 불안요인이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유가가 또다시 약세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신중한 낙관론을 제시했다. 유가는 지난 6개월 사이 최고치인 한때 배럴당 28달러를 뛰어넘는초강세를 보이다 이날 약세로 반전됐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 수석연구원은 세계 수요의 4분의 1가량인 하루 1천950만배럴의 석유를 소비하는 미국이 수요분의 5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유가 강세가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에 부담을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 강세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붙잡을 요인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특히 테러 재발이나 중동사태 악화 같은 외부 변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워익대의 앤드루 오스월드 교수는 "유가 강세는 (세계 경제에) 실질적인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면서 "만약 배럴당 30달러선이 된다면 문제가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 뿐 아니라 이것을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등 각종 유화학 제품, 그리고 비료도 문제"라면서 "2차대전 이후 4차례 엄습한 석유 파동의 파급 효과가 1-2년후 본격화됐음"을 상기시켰다. 미국 밀워키 소재 투자은행인 로버트 W 버드 앤드 코의 석유산업 책임자 조지개스퍼는 "유가가 지금보다 배럴당 4달러 가량 낮으면 바람직하다"면서 더욱이 "세계 석유소비가 하루 50만배럴 가량 상승하는 시점에 유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이 미 경제에 또다시 거품이 끼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개스퍼는 미국이 지난해 4.4분기 1.7% 성장한데 이어 올 1.4분기에는 성장폭이 4-5%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본격 회복기에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개스퍼는 미 경제 회복과 관련해 초기에는 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으로 배럴당 22.50-23.00달러 수준은 소화가 가능하며 성장이 가속되는 향후 6-12개월에는 유가가25달러 내외가 되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27달러선을 넘으면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유가 강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지난 73년과 같은 아랍권의 대미 석유금수가 재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석유 무기화' 제의에 이란이 일단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는 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멤버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이 거부 입장을 분명히했기 때문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로버트 케르 연구원은 "유가 강세가 경제 회복에 영향을미치기는 할 것이나 수급 기조가 좋기 때문에 타격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전망했다. 소시에테 제네랄 증권사 관계자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 충돌이 석유 수급에 치명타를 주는 상황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런던.워싱턴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