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들어선 워크아웃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채권 은행들의 책임회피와 주채권은행의 관리소홀, 경직된 법적용 등이 회생 가능한 기업조차 사지로 몰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잇달아 상장 폐지되고 있는 워크아웃 기업의 상당수는 주채권은행의 관리소홀과 무책임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채권은행이나 구조조정 전문기구로 하여금 주채권은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대우전자가 2년간의 구조조정 작업 끝에 결국 상장 폐지된 것이나 최근 오리온전기가 감사의견을 2년 연속 부적정으로 받으면서 상장 폐지된 것 등은 모두 주채권은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오리온전기는 CRV(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통해 회생시키기로 하고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폐지되면서 외환은행 등 주채권은행과 다른 채권자간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일부 채권단은 워크아웃 기업은 상장폐지 요건 역시 일정기간 유예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맥슨텔레콤은 최근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케이스다.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이 최근 풋백옵션 조항을 적용, 자사 채권(4백40억원)을 예금보험공사에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한때 예보가 인수를 거부하면서 출자전환은 물론 대주주인 세원텔레콤과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약속받은 4백50억원의 투자유치도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했었다. 막판 예보가 출자전환에 동의해 존폐의 위기를 넘긴 상황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단기수익성만 중시하면서 워크아웃 작업이 예전에 비해 훨씬 어려워졌다"며 "이런 현상은 우량은행으로 갈수록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회사채 신속인수대상 업체였던 현대상선 역시 최근 국민은행이 채권회수에 나서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미은행은 대우종합기계의 워크아웃 졸업에도 반대하는 등 많은 채권은행들이 채권단 회의에 부쳐진 의안에 대해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고 채권단 관계자는 전했다. 워크아웃 기업들이 잇달아 된서리를 맞으면서 일각에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은행만이 주채권은행이 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채권이 거의 없거나 담보 채권을 소유한 은행이 구조조정의 주업무를 맡고 있다보니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