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테러참사 이후 수출환경이 주요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얼어붙고 세계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회복시기 전망을 올 4.4분기에서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놓은 가운데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목표(130억달러)에 못미치는 100억달러 가량에 그칠 전망이다. ◇수출 감소세 여전 = 올 수출 증감률은 지난 2월 5.1% 증가 이후에 3월 -2.1%, 4월 -10.3%, 5월 -9.1%, 6월 -15.1%, 7월 -21.0%, 8월 -20.3%, 9월 -17.0%, 10월 -19.3% 등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7월에 바닥을 찍고 감소율이 둔화됐다가 10월에는 다시 감소폭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10월의 경우 추석연휴가 끼는 바람에 지난해 10월에 비해 통관일수가 하루 적었고 테러전 여파가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선방(善防)'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산자부 시각이다. 산자부는 조업.통관일수 감소가 6억달러의 수출감소 요인이 된 것으로 봤다. 실제 9.11 테러참사 이후 아프가니스탄 공습, 탄저 테러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에서 경기회복은 커녕 오히려 소비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시장에서 동반침체가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특수'가 반영되는 시기에 테러전의 파고에 밀려 특수(特需)효과를 제대로 못봤고 수출이 몰리는 월말에도 이번에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미수출 30%대 감소 = 10월20일까지의 주요국 10월 수출통계이지만 미국에 대한 수출은 무려 32.4% 감소해 테러전의 여파가 반영됐음을 반증했다. 게다가 이런 영향은 대미수출에 그치지 않고 일본 -33.0%, 유럽연합 -22.6%, ASEAN -17.5%, 중동 -16.4%, 중남미 -9.1% 등 우리의 주력시장을 중심으로 `도미노'처럼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도 8.3%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그동안 공을 들여온 중동, 중남미 등 이른바 `3중(中)시장'에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 들어 9월까지의 누적 증감률이 미국 -13.6%, 유럽 -10.8%, 중국 1.5%, 중남미 7.1%, 중동 -4.8% 등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10월중 감소율은 급격한 시장악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수출이 늘어난 지역은 수출규모가 적은 동구권(4.1%), 러시아(15.9%), 호주(1.0%) 등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소비재 수출에 직격탄 = 소비재수출 규모는 10월20일 현재 가전이 24.4% 감소한 것을 비롯해 섬유 -29.5%, 생활용품 -25.4% 등으로 나타나 소비심리 악화가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줬다. 업계는 대미 의류수출이 4분기에 30%(1억5천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동으로의 직물수출이 급증하는 `라마단' 직전인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로 직물 관련 신용장개설이 중단된 규모가 1천8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도체 수출의 경우 9월에 비해 5천만달러 감소한 9억5천만달러인 반면 컴퓨터의 경우 윈도XP 출시에 힘입어 1억7천만달러 증가한 11억달러 규모로 추정됐다. 통상마찰 품목인 철강은 5억4천만달러에 그치면서 지난해 10월에 비해 8% 줄었고 석유화학 제품도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13% 줄어든 것으로 산자부는 분석했다. 자동차의 경우 작년 10월에 13억9천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액수로는 12억달러대를 유지했다. 호조 품목은 선박(29%)과 무선통신기기(34%) 등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수출 시계(視界) `0' = 아시아 주요국의 9월수출 성적표를 보면 대만 -42.5%,싱가포르 -37.4%, 일본 -20.2%, 한국 -17.0% 등이다. 우리 수출업계의 분투 속에 그나마 경쟁국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0월에 85.5로 7년8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일본의 실업률은 9월에 5.3%까지 높아졌다. 또 경기회복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테러전이 어떤 양상으로 치달을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수출의 `대표선수'격인 반도체의 가격 상승이 지연되고 미국의 철강 201조 구제조치가 진행되는 등 악재가 즐비해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11월과 12월을 거치면서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11∼12월에도 수출 감소율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