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알아서 경고'…LG이노텍, 車조명 조단위로 키운다
LG이노텍이 자동차 조명 관련 사업을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핵심 사업부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과 함께 3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LG이노텍은 "조만간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차량용 조명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며 "눈 앞에 다가온 '황금시장'을 잡기 위해 회사의 역량을 쏟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LG이노텍이 차량용 조명시장에 매달리는 건 자율주행 시대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봤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자율주행이 고도화되면 조명을 통해 '조심해', '멈춰' 등의 경고 메시지를 주변에 전달하는 등 단순한 조명 이상의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포트 인사이트가 2022년 219억달러(약 29조원)였던 차량용 조명시장이 2030년 320억8000만달러(약 42조4500억원)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LG이노텍은 이런 성장성을 일찍 간파하고 2014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거둔 매출은 전체 전장부품 사업의 15% 수준인 2500억원 정도다. 연매출 1조원 돌파는 2030년께 달성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목표달성을 위해 '투트랙 전략'을 쓰기로 했다. 북미 시장 등을 집중 공략해 고객사를 늘리는 게 첫번째다. LG이노텍은 현대자동차, 기아, 재규어 등 국내외 9개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146건의 조명 납품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는 신제품 개발이다. LG이노텍은 내년까지 다양한 문구 및 애니메이션 효과를 낼 수 있는 '픽셀 라이팅'(작은 입체 조명을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조명 디자인) 기술을 개발해 제품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중저가 전기차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자(OEM)로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차세대 제품도 내년까지 개발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자동차 조명 관련 특허를 200개 넘게 보유하는 등 상당한 실력을 축적했다"며 "탄력이 붙으면 예상보다 빨리 조단위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는 최신 모델 ‘넥슬라이드-M’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조명은 얇은 기판에 여러 개의 광원 패키지와 휘어지는 소재인 광학 레진 등을 붙여서 만든다. 실력차는 얼마나 얆고, 작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공간 활용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자동차 디자인 설계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넥슬라이드-M은 공기층을 아예 없애는 새로운 공법을 도입해 두께를 기존 제품의 30% 수준으로 확 줄였다. 그러면서도 조명 밝기는 4배 이상 높였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