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내수시장과 자원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부국(富國)의 반열에 올라선 핀란드와 스웨덴. 작지만 강한 이들 나라의 공통분모는 산.학.관(産.學.官)의 효율적인 분업과 협조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는 어느 국가에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 기초과학의 바탕 위에 기업-정부-대학 연구소로 이어지는 정교한 협동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핀란드의 산.학.관 협력은 지난 1982년 산업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구축됐다. 핀란드 정부는 행정구역별로 산업공단 인근에 1개의 공과대학을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과학도시(Technopolis)를 건설했다. 기업 대학 연구소간 기술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대표적인 곳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남서쪽 에스푸시에 있는 '오타니에미(Otaniemi) 사이언스파크'. 핀란드 최대의 연구개발(R&D) 센터인 이곳은 산.학.관 삼위일체로 운영되며 오늘의 핀란드를 탄생시킨 산실이다. 핀란드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헬싱키공대(HUT)와 핀란드 기술연구소, 수많은 첨단 기업들이 이 사이언스파크 안에 모여 있다. 연구 인력만 5천여명에 달한다. 이 사이언스파크의 심장부는 뭐니뭐니해도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2백50여개 벤처기업들이 들어서 있는 '이노폴리(Innopoli)' 창업 인규베이터 단지. 핀란드 정부 산하 기술개발센터(TEKES)는 이노폴리에 입주해 있는 기업에 대해선 기술평가를 통해 50%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TEKES는 지난 99년 2억7천만달러의 투자금중 53%를 중소기업에 지원했다. 이노폴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업이다. 투자금융기관이 66%, 노키아를 비롯한 제조업체가 23%, 에스푸시 등이 나머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포 산탈라 사장은 "이노폴리는 산.학협력의 상징이다. 기술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탄생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수도 스톡홀름 북서부에 위치한 '시스타(Kista) 사이언스파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 2위의 정보기술 산업단지로 손꼽히는 시스타 사이언파크에는 에릭슨을 비롯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7백여개 이상의 정보기술(IT) 업체와 2만7천여명의 전문인력들이 밀집해 있다. 스웨덴 정부는 시스타 지역개발을 위해 토지와 건물을 제공했다. 또 스웨덴 왕립공과대학(KTH), 스톡홀롬대학의 정보통신 관련 학과를 이 곳으로 이전시켰다. 별도의 정보통신대학도 설립했다. 대학에서 양성된 우수 인력과 기술을 기업 경영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스타 사이언스파크의 홍보담당자 미티아스 벡맨씨는 "정부는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민간기업들은 이를 활용, 혁신적인 제품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