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의 화두는 '규모'다. 국경없는 경제전쟁이 벌어지면서 이제는 규모 없이는 경쟁도 없는 시대가 됐다. 물론 규모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절대 유일의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시장점유율과 기업규모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독자적인 브랜드와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마케팅 파워나 자금력 등에서 밀려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은 경제환경의 이같은 변화에 맞춰 대기업을 육성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후발개도국 뿐만이 아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까지도 경쟁적으로 규제를 풀어 기업이 몸집을 키울 수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으며 기업 스스로도 M&A를 통해 몸집을 최대한 키우는 추세다. 우리 정부가 문어발식 확장을 근절한다는 미명아래 출자총액한도제를 부활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대기업의 사업확장에 제동을 걸어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확대하기는 커녕 보유기업을 팔고 투자를 줄이는 감량경영에 치중하고 있다. 경기전망이 어두운 탓도 있겠지만 각종 규제로 투자의욕을 상실한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대 송병락 교수는 "정부가 기업에 대해 글로벌스탠더드(국제 기준)를 들이대며 구조조정을 요구하려면 정부의 규제 역시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이익의 침해를 방지하고 기업간 경쟁을 촉진시키는데 기업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비해 우리의 기업정책은 단지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 LG경제연구원 오정훈 책임연구원은 "단지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심각한 것은 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이런 규제가 지속돼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쟁상대는 대우자동차가 아니라 GM이나 포드다. 거대기업들은 M&A나 지분투자를 통해 몸집을 더욱 불려 나가고 있는데 이보다 규모가 작은 현대자동차는 정부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경쟁하라는 얘기인가" 역시 송병락 교수의 지적이다. 정부는 대기업을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무차별 확장의 폐해를 들고나왔다. 하지만 외국의 대기업과 비교하면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본의 소니는 1천80여개에 달하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소니는 이런 수직적 계열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도요타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1차 자회사 12개,2차 자회사 2백50개와 수많은 3차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군이다. 도요타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는 이들 자회사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 시스코 CA 시티그룹 등도 창업후 수십, 수백개의 업체들을 인수 합병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지금 이런 기업들과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 특별취재팀 =이희주 산업부장(팀장) 이학영 손희식 김성택 김태완 이심기 오상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