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는 언제나 회복세를 탈수 있을 것인가. 반도체 D램 가격의 '역사적 바닥'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이제는 전망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D램값이 역사적 바닥에 근접하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실제로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곤 했다. 과거 불황기때 D램 가격의 바닥은 주력제품이 1.5달러, 차기 주력제품이 3달러 수준에서 형성됐었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이같은 반도체 가격의 트렌드(추세)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 과거와는 다른 패턴 =D램 반도체는 그동안 일정한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 왔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PC업계 등의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었다. 증가속도가 빠르냐 더디냐의 문제였지 올해처럼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드물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XP가 출시된 데다 연말 PC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데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른 현상이다. 예년 같았으면 가격반등이 시작됐을 만하지만 반등의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하락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낙폭은 최근 며칠새 더 커졌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윈도XP가 등장하게 되면 PC가 많이 팔리고 D램 수요도 늘어나겠지만 D램 가격 상승을 가져올 만큼 증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메이커간 생존게임 고조 =계속되는 반도체 가격급락으로 반도체 메이커간 생존게임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1백28메가 D램의 경우 업계의 제조원가는 회로선폭 0.18㎛ 기준으로 대략 3달러 수준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물시장가격은 1.2달러로 절반에도 못미친다. 대형 거래처에 대한 장기공급가격마저 지난 6월중 3달러에서 8월엔 2달러 밑으로 내려온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원가와 판매가격과의 차이는 고스란히 영업적자로 이어진다. 마이크론이 4.4분기(8월말 결산기준)에 매출액(4억8천만달러)의 두배 가까운 9억2천8백만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마이크론은 적자가 확대되자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어 한.미간 통상마찰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4위의 D램업체인 독일의 인피니언도 자금악화설에 휘말렸다. 도이치은행 알렉스 브라운의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윌슨은 "인피니언이 내년 1분기까지 대규모 자금을 새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만의 모젤바이텔릭처럼 아예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만 최대의 D램업체인 난야테크놀로지는 반도체공장 건설계획을 미룬채 모기업인 포모사그룹의 지급보증을 기대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D램 평균판매가격을 당초 내년 평균 1.5달러에서 내년 상반기중 1달러, 하반기 1.5달러로 수정해 회생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업계 구조조정과 가격바닥이 다가오고 있는 신호"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