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12일 전례없는 동시 파업에 돌입, 무더기 결항사태가 빚어지면서 사상 최대의 항공대란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업차 해외 출장을 떠나는 여행객 등 승객들은 예정된 비행편에 탑승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으며 수출입화물 수송에도 큰 차질이 빚어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낳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유례없는 항공사 동시 파업으로 인해 대한항공이 입게될 하루 손실액은 203억원에 달하고, 아시아나항공도 최고 5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여기에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2002년 월드컵 대회를 개최하는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등 국가적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수출입 업체들도 화물을 제때에 수송하지 못해 항공사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에 이어 두번째로 감행된 조종사노조의 파업으로 이날 인천발 대한항공 국제선은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전체 95편의 절반이 넘는 54편이 결항됐거나 결항을 앞두고 있다. 화물편도 전체 18편중 샌프란시스코와 싱가포르, 자카르타, LA(2편), 콸라룸푸르 등 5개 노선 6편밖에 운항되지 않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외국인과 비노조원 조종사를 대상으로 운항승무원조를 새로 짜 일본과 중국, 태국, 홍콩 등 중.단거리 41개 여객노선 위주로 비상 운항계획 절차에 들어갔다. 국내선도 전체 240편중 서울-제주, 부산-제주 등 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2개 노선 20편만이 정상 운항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조의 파업에도 불구, 이날 하루 국제선 64편에 대해서는 모두 정상 운항하지만 승객들은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조종사노조가 파업을 하진 않았지만 객실 승무원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 수가 모자라 기내의 좌석 등급을 적용시키지 않는 등 파행운영을 하고 있다. 때문에 퍼스트나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예약한 승객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이코노미클래스 좌석과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국내선은 21개 노선중 서울-제주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35편이 모두 운항되며, 서울-여수, 서울-강릉 등 6개 노선은 완전 결항되고, 서울-부산 등 14개 노선은 감편 운항된다. 조종사노조의 파업 소식을 미처 접하지 못하고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찾은 승객들은 발을 동동 구르거나 항공사 체크인카운터를 찾아가 결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대한항공 오사카행 항공기를 탑승할 예정이던 모 벤처업체 대표 서모(35)씨는 "조종사파업으로 항공편이 결항되는 줄 모르고 영등포에서 택시까지 타고 공항에 왔다"며 "일본 업체하고 첫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길인데 만약 문제가 생기게 되면 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분개했다. 또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는 중학 1년생 딸을 환송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방모(48.자영업)씨는 "국내 항공사 파업에 대비, 타이항공편을 예약했다"며 "가뭄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온 나라가 난리인데 항공사까가 파업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한편 유례없는 항공사 동시 파업으로 인해 대한항공이 입게될 순수 수입손실액이 하루 152억원 가량되며, 예약승객 서비스 제공비와 해외공항 체류승객 지원비,기타 부대비용 등 파업에 따른 추가 비용지출이 51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러나 국제선이 정상운항되고 국내선만 감편 운항되기 때문에 실질 손실액은 10억8천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종도=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