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간 전산망인 "나라21" 컴퓨터 시스템(서버)에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행정자치부에서 복구중이며 약 30분 후에 사용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과천 정부청사에서는 한달 평균 5~6번 꼴 이러한 내용의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이때는 전자결재로 이뤄지는 정부업무가 "올스톱"된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전자정부''사업의 현주소다.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행정의 정보화,종이없는 안방 민원행정,조달업무의 전자상거래화''를 통해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은 정부전산망을 이용해 e메일조차 사용하기를 꺼릴 정도가 돼버렸다.

◇나라21 운영실태=나라21은 부처간 문서유통과 e메일 발송 등을 담당하는 정부전산망(인트라넷)이다.

지난 98년 정부전산정보관리소와 민간 시스템통합업체가 공동으로 개발,99년7월부터 보급을 시작했다.

현재 54개 정부기관 가운데 대통령비서실 재정경제부 등 29개 기관이 연결해 쓰고 있다.

나라21의 서버 장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행자부내 정부전산정보관리소가 보유한 서버용량이 부족하기 때문.

정부전산정보관리소 관계자는 "서버 한대당 1천명이 접속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으나 대당 2천5백명의 유저를 수용하다보니 자주 다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기능개선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전산망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했던 삼성SDS 관계자는 "3년전에 개발한 나라21은 회사내에서는 이미 폐기 처분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라21이 채택한 워드프로세서도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은 대부분 아래아한글을 쓰고 있으나 나라21은 훈민정음을 사용해야 한다"며 "문서표지는 훈민정음으로 만들고 내용은 아래아한글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고 불평했다.

◇불편한 e메일=과천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2개의 e메일 주소를 갖고 있다.

사무실 밖을 벗어나면 정부에서 나눠준 e메일 주소로는 업무가 안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안상의 문제로 외부에서는 전산망에 접속할 수 없도록 막아두고 있다.

관련부처 관계자는 "이같은 불편을 피하기 위해 별도의 e메일 주소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로 노는'' 전자정부 구현=규모가 크고 재정도 넉넉한 부처들은 각자 알아서 업무전산화에 투자하고 있다.

노동부는 최근 8억5천만원을 들여 민간업체로부터 전자문서시스템과 서버를 구입했다.

환경부도 조만간 자체적으로 서버를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예산도 한정돼 있는 부처는 여전히 구식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환경부의 한 공무원은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전산망을 의욕적으로 활용하려 해도 잦은 시스템 장애에다 청사를 떠나서는 활용하기 어려워 사용을 기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