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에 다시 봄은 오는가"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들이 올 4.4분기중 벤처투자를 다시 늘릴 태세다.

돈가뭄에 목말라있는 벤처업계엔 모처럼 좋은 뉴스다.

거의 고사 직전까지 갔던 일부 벤처기업들은 단비를 기대하며 투자유치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은 수익성이나 내재가치 위주로 선별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올초와 같은 ''돈잔치''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산은캐피탈 등 주요 벤처캐피털 10개사는 4·4분기중 투자계획을 전분기보다 20% 이상 늘린 3천5백75억원으로 잡았다.

물론 1·4분기(4천8백30억원)나 2·4분기(3천7백15억원)에 비해선 아직도 적은 액수다.

하지만 줄어들기만 하던 벤처투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벤처캐피털이 벤처투자를 다시 늘리려는 것은 벤처거품이 어느 정도 빠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TG벤처의 채현석 상무는 "벤처기업의 거품이 거의 제거돼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우량 벤처기업 위주로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주요 벤처캐피털의 경우 투자여력도 충분하다.

어차피 있는 돈을 놀리느니 좋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자는 심리도 작용했을 법하다.

또 내년 사업계획에 맞춰 연말에 투자가 집중되는 일반적 현상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물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말로는 적극 투자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조심스런 자세를 좀처럼 바꾸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계획상으론 투자규모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그러나 결국은 돈을 갖고 있는 벤처캐피털과 투자를 받으려는 벤처기업의 눈높이가 맞아야 투자가 이뤄진다.한데 일부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10배 이상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등 눈높이가 낮아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김한섭 KTB네트워크 상무)

때문에 벤처캐피털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재기할 시점은 벤처기업들이 자세를 더 낮춘 내년초 이후가 될 것으로 점치는 사람도 있다.

벤처 투자시장에 다시 봄이 찾아올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얘기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