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현대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음에 따라 기업자금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특히 은행들이 2차합병을 앞두고 몸을 사려 멀쩡한 우량기업마저 부실화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장이 2일 은행장들에게 요청한 정부의 자금관련 대책을 정리한다.

<> 여유있는 은행이 나서라 =은행들이 풍부한 수신을 바탕으로 대출을 늘려 왔지만 제2금융권 수신감소를 보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은행들이 2차 합병을 앞두고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의식해 최근 대출기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기업이 금융권 어디를 가도 돈을 꿀 수 없는 지난 98년판 "신용경색"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금감위는 결국 여유 있는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우량기업마저 부실화될 소지가 있다며 은행이 자금지원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담보가 부족한 우량 중소기업엔 신용대출도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은행장들도 이런 문제를 공감하지만 얼마나 따라줄지 미지수다.

<> 워크아웃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라 =일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화의기업들은 채무조정으로 금융비용을 낮춤에 따라 이를 무기로 덤핑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건설 무역업계에선 덤핑경쟁으로 정상기업들이 멍드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이 금감위원장은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워크아웃대상 76개 기업중 조기종료 대상인 32개사의 후속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나머지 44개(대우 12사 포함)도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생가능한 기업은 빨리 졸업시키고 어려운 기업은 아예 청산절차를 밟으라는 주문이다.

이 위원장은 아울러 계열 대주주의 경영정상화 노력이 없으면 경영권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량은행간 합병을 우대한다 =금감위는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조기에 정리해 클린뱅크로 거듭나야 하며 필요하다면 제도적으로 지원(이연상각 등)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은행장은 우량은행간 합병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한 은행장은 "정부가 우선주로 증자를 지원해 합병시 대등한 합병이 이뤄져야 주주나 노조를 설득할 수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은행들의 건의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금감위는 또 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 인터넷뱅킹 등 IT 부문의 대규모 투자가 자칫 과잉.중복투자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 장기 외화차입에 눈을 돌려라 =금감위는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단기금리를 꾸준히 올려 국제 장기금리도 따라 오를 것으로 보고 은행들이 필요한 외화자금을 조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기관들은 지난 1.4분기 6.03%이던 장기금리가 연말엔 6.70~6.8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부실 외화대출을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정리하고 장기 안정적인 차입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이 위원장은 주문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