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처리를 놓고 2기 경제팀의 호흡조율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말이 서로 달라 주요
현안마다 헷갈리게 만든다.

IMF 체제속에 출범한 1기 경제팀은 이규성(전 재경부장관)이라는 "걸출한
선배"가 있어 커다란 마찰없이 경제난극복에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2기팀은 핵심 3인방이 벌써 조화보다는 경쟁.갈등 관계로 치닫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삐걱거리는 단초는 대한생명 2차입찰을 앞두고 강 장관이 먼저 LG 배제
방침을 공론화한 데서부터 발견된다.

이 위원장은 당초 LG의 참여를 원했으나 부득이 강장관의 의견을 뒤따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은 지난주초 김대중 대통령 방미전 제일.서울은행중 한곳(제일은행)
이 조만간 팔릴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 위원장도 밤을 새워서라도 매듭지을 것처럼 얘기하다 입을 다물었다.

뉴브리지와의 매각협상은 결국 일주일이 지나도록 발표 날짜조차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삼성자동차 처리와 함께 불거진 생보상장 문제는 강 장관과 이 위원장의
불편한 관계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이 위원장이 "공개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힌 날(지난달 30일), 강 장관은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고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사전조율이 안된 것이다.

소신의 대명사였던 이 위원장은 여론에 밀려 "상장유보" 쪽으로 소신을
접었다.

금감위가 "삼성 덫"에 걸려 주춤하는 사이, 재경부가 주공격수인 것처럼
나섰다.

강 장관은 이건희 삼성회장의 사재출연 문제에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반면 이 위원장은 "사재출연이 시장경제원칙에 벗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강 장관과는 사뭇 대조적인 자세를 취했다.

삼성에 대한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서도 현단계에선 금융제재의 근거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관관가 주변에선 이런 불협화음의 원인을 강 장관과 이 위원장의 "지나친
자신감"에서 찾는다.

두 사람 모두 능력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다.

강 장관은 구 경제기획원에서 동기중 항상 선두주자로 달려 왔다.

이 위원장도 구 재무부 시절 "3대 천재"로 꼽혔던 인물이다.

성향면에서도 지기 싫어하고 일욕심이 많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 대통령으로부터의 신임에 있어서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두 사람이 정책방향을 두고 충분한 조율없이 불쑥불쑥 견해를 밝히는데에는
이런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게 관가의 분석이다.

국민의 정부는 출범때 경제부총리와 5개년 계획을 없애는 대신 "견제와
균형"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팀의 불협화음과 각개전투식 대응으론 혼선만 가중될 뿐이란
지적이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