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소나기와 불볕더위가 반복되며 작업환경이 극도로 열악해지자
산업현장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들은 지붕과 좌우벽면을 갖춘 대형 쉘터
(임시지붕)를 만들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쉘터는 비바람과 한낮의 땡볕을 피하기 좋은데다 선박을 건조할 때 생기는
각종 소음과 환경오염물질을 막는데도 제격이어서 그야말로 일석삼조인 셈.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가로 세로 34m에 높이 12m짜리 초대형
쉘터 2개를 제작, 야드(노천작업장)에 설치함으로써 어떤 기상환경하에서도
작업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 쉘터는 밑부분에 바퀴를 달아놓아 1백10m의 레인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며 다양한 작업공정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삼성중공업도 LNG선 여객선 등 주로 소형 고부가가치선을 만드는
거제조선소 1독(dock)에 대형 쉘터를 만들어 재미를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닷가에 위치한 조선소는 비오는 날이 연중 30일이
넘는데다 한여름에는 철판위에 놓아둔 달걀이 익을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
작업하기가 힘들다"며 "쉘터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말했다.

포항제철 인천제철 등 용광로 불길과 싸우는 기업에서는 얼음재킷으로
더위를 이기고 있다.

등산복처럼 생긴 재킷안에 미리 냉장고에서 얼려둔 젤리형태의 아이스팩을
집어 넣은 뒤 두시간마다 교체해 가며 입는 것.

제빙기를 설치해 놓고 얼음찜질을 하거나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는 것도
망중한)의 재미다.

사업장이 크다보니 포철내 76개 공장에 설치된 에어컨과 냉장고 숫자만
해도 1천여대에 달한다.

현대자동차써비스는 여름 한달간 사내 수영장을 개장, 일과시간 전후와
주말에 직원이나 가족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또 하루중 수은주가 가장 높이 올라가는 오후 2시30분에서 3시 사이에는
여직원들이 정비현장을 돌며 냉음료와 얼음에 잰 수박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코닝의 사무직원들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수원과 구미 현장을
방문, 2천여명의 현장사원들과 수정과 미숫가루 수박화채 등 미리 준비해간
음료를 나누어 마시며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점심식사후 1~2시간은 아예 낮잠을 즐기며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제도화해 놓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안전사고를 막고 작업능률도 오히려 올라간다는
뜻에서다.

이밖에 명상이나 단전호흡을 하는 등 정신력으로 더위를 물리치려는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