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의 앙팡 테러블"

컴퓨터계에 무서운 10대들이 몰려온다.

PC와 게임기를 만지며 자란 "테크노 키드 1세대"들이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서 기성세대에 거침없는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

최근 멀티미디어 저작용 프로그램인 "칵테일 97"로 정보통신부의
신소프트웨어 대상을 수상한 이상협(18)군.

"나의 상대는 빌 게이츠뿐"이란 그의 당찬 포부에서 신세대 프로그래머의
당당함이 엿보인다.

그는 95년 당시 고2때 전국 PC경진대회 고등부 개인대상과 96년 전국
PC경진대회 공모부문 대상을 받은데 이어 이번 신소프트웨어대상을
수상함에 따라 3년연속 정통부장관상 수상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또 최근 소프트웨어 업체인 코아스와 국내 소프트웨어 사상 최초로
초기물량 3만부의 국내 판권계약을 맺고 15억원의 계약금을 받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군은 초등학교 입학후 전교수석을 도맡아 하던 수재형.

그의 인생 나침반을 돌려놓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 부모님이 사준
60만원짜리 애플컴퓨터였다.

지난해에는 한 무명의 시골 중학교 2학년생이 "X세대 해킹 노하우"란
컴퓨터 해킹 전문기술서를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제의 주인공인 이종범(15)군은 3년전 어머니를 졸라 구입한 486SX
컴퓨터로 베이직과 C언어를 닥치는대로 독학, 50여개의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했다.

이외에도 각종 바이러스를 분석한후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인
"세이프 백신" (시험판)을 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서 "될성
부른 떡잎"으로 주목받고 있다.

PC통신의 동호회와 공개자료실에서도 신세대 프로그래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하이텔의 게임제작동호회에서 활동하던 4명의 중학생 프로그래머들이
프로젝트팀을 구성, 슈팅게임을 선보여 게임 마니아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박명훈(16)군을 팀장으로
피아노 실력을 발휘해 애드립으로 배경음악을 작곡하는 일과 깜찍한
캐릭터를 등장시킨 그래픽 제작을 분담, 수작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4명은 특별하게 학원수강을 받은 적은 없지만 PC통신을 통해 만난후
의기투합, 지역적인 제한을 넘어 대화실과 전자우편을 통해 의견을 주고
받는 등 테크노 키드의 전형을 과시했다.

박군은 "가장 큰 부담은 한달에 7만~8만원씩 나오는 통화비"라며
"부모님의 눈치가 보여 중도에 포기할까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해 미래 정보통신 동량들을 길러내기 위한 토양이 아직 척박함을
확인시켰다.

나우누리 공개자료실서 활동하는 고등학생 주민형(17)군은 "마법세기"와
"라스트 게이트" 등의 머드게임을 올려 네티즌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그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로 유명하지만 각종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과
파일 암호화 프로그램등도 제작해 자료실에 올리는 등 가상공간에서
인정받은 프로그래머.

이들 꼬마 빌 게이츠들이 펼쳐나갈 21세기 우리나라 정보통신 업계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게 한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