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서울광고기획을 통해 제작한 스텝로얄 이유식 광고가 미시족을
겨냥한 독특한 평가와 함께 이기심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유식 이나 분유광고는 방긋 방긋 웃는 아기 얼굴을 화사하고
부드러운 얼굴표정의 엄마가 들여다보는 구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스텝로얄광고는 그 표현방식이 전혀 특이하다.

마치 싸움판에 나서 시비라도 가리겠다는 표정으로 한팔을 허리에 올리고
당당한 자세로 정면을 향하고 있다.

그러자니 아기는 휴대품을 옆구리에 차듯 일단 뒷전에 물리는 느낌을 주고
있다.

옛날 엄마처럼 온몸을 기울여 아기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과
인생을 향해 맞대응 하는 자세"이다.

첫번째 나온 광고의 엄마복장은 군화같은 신발과 속바지에 좌우가 트인
롱스커트이고 두번째 복장은 초미니스커트에 역시 군화형 신발모습이다.

이른바 미시족 엄마들을 겨냥한 광고이다.

종전의 광고가 제품의 실제 이용자인 아기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스텝로얄 광고는 구입자인 엄마를 겨냥한 광고로서 자기주장이 강한 미시족
을 타켓으로 삼았다.

이같은 광고표현이 대해 실제 미시족 엄마들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로 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축 처지지 않고 당당한 새로운 엄마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는 것.

그리고 마케팅적으로 볼때도 기존 광고표현의 틀을 깼다는 측면에서 일단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 아기는 다르다/내가 남들과 다른 것 처럼 /내아기는 누구와도
다르다고 생각한다/무엇이든 최고의 것을 주고 싶다..."는 카피가 지나치게
이기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고심의위원인 김광수교수(광운대)도 이 광고에 대해 "심의과정에서도
국민들의 가치관형성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와 기각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어 어쩔수 없이 통과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향연선생(서울 난곡국교)은 "내 아이만 특별히 잘 봐달라는 학부형들
의 부탁을 받을때 마다 가슴답답함을 느껴왔는데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광고에서조차 이런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줄 아는 국민인성교육에 보탬이 되는 광고가 아쉽다"
고 주장했다.

아뭏튼 이 광고는 소비자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된다는 1차목적에는 성공
했지만 브랜드의 좋은 이미지와 가치형성에는 다소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볼수 있다.

< 김대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