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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한국 브랜드인 줄"…성수동 '대형 매장'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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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의 팝마트 노린다"
    한국시장 공략하는 중국 캐릭터
    많은 외국인 고객이 몰린 성수 해이원 매장. 사진=안혜원 기자
    많은 외국인 고객이 몰린 성수 해이원 매장. 사진=안혜원 기자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중국 완구 브랜드 해이원의 오프라인 매장(플래그십 스토어). 피규어, 봉제 인형, 문구류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전시된 260㎡(약 78평) 규모 매장에는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제품을 구경하러 온 이들로 붐볐다. 매장 앞에 꾸며진 전시 공간에서 가족들과 연신 사진을 찍던 40대 미국인 애슐리 씨(41)는 “멋진 디자인에 화려한 매장을 보고 한국 브랜드인 줄만 알았다”면서 “예전에는 중국산이라고 하면 값싼 제품 취급하며 색안경을 끼고 봤는데, 감성적인 캐릭터 상품까지 잘 만들어내는 걸 보니 놀랍다”고 말했다.

    해이원은 오즈아이(OZAI)라는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아트토이 사업을 하는 브랜드다. 2022년 설립돼 온라인 스토어나 SNS를 기반으로 운영됐는데, 단기간에 1900만명 이상 팔로워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뤘다. 한국에선 이달 초 매장을 개장했는데, 놀라운 점은 이 매장이 브랜드 첫 매장이라는 것이다. 자국인 중국에서도 열지 않았던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것이다.

    中현지에도 없는데첫 플래그십 매장 한국에서

    중국 현지 캐릭터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속속 침투하고 있다. 과거 중국산 캐릭터라고 하면 조잡한 디자인이나 인기 캐릭터를 슬그머니 베낀 디자인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체 디자인 경쟁력에 자금력까지 갖춘 브랜드들이 ‘제 2의 팝마트’를 노리며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성수 해이원 매장. 사진=안혜원 기자
    성수 해이원 매장. 사진=안혜원 기자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이원을 두고 국내 대형 편집숍이나 복합쇼핑몰 등 여러 국내 유통업체들 브랜드 검토에 들어갔다. 유통업체 MD들은 매장을 직접 방문해 해이원이 팝마트의 성공 전철을 밟을 수 있을지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복합몰 입장에선 흥행 가능성만 있다면 캐릭터 숍을 입점시키는 게 2030세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팝마트의 흥행이 있다. 해이원 역시 사업 구조나 마케팅 전략은 팝마트와 매우 유사하다. '블라인드 박스'라는 상품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데, 어떤 인형이 들어 있는지 개봉 전까지 알 수 없게 해 희소성과 놀라움의 요소를 결합했다. 매장 옆에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면서 그 자리에서 박스를 뜯어보고 소비자가 다시 수요를 갖도록 유도해 반복 구매를 일으키는 구조다. 여기에 한국 한정판 제품을 따로 내놓으면서 수집 가치를 동시에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창림 해이원코리아 대표는 "중국에선 온라인 사업만으로 단기간에 산업 내 최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라며 "처음부터 한국에서 매장을 가장 먼저 여는 것을 목표로 설립한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성수 해이원 매장 내부. 사진=안혜원 기자
    성수 해이원 매장 내부. 사진=안혜원 기자
    해이원을 비롯해 52토이즈, 탑토이 등 후발주자들이 제2, 제3의 팝마트를 목표로 한국시장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탑토이는 ‘중국판 다이소’인 미니소 산하의 브랜드다. 미니소는 강남·홍대·대학로 등 주요 상권과 백화점 등에 매장을 늘려나가면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니소의 확장 전략과 동시에 탑토이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가 투자한 52토이즈도 더현대 서울·대구 등에서 팝업스토어(팝업)을 잇따라 열며 한국시장 본격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단일 캐릭터가 아닌 다수 IP를 동시에 키우며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공통된 특징이다. 여기에 캐릭터 현지화를 더해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는 것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한국 안방' 무섭게 파고드는 중국 캐릭터

    완구업계에서는 “중국 캐릭터 수준이 낮다는 건 옛말”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팝마트는 주력 캐릭터인 라부부가 글로벌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국내시장에서도 매출이 급증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팝마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25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347억원에서 1년 만에 3.6배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6억원에서 103억원으로 3배로 늘었다. 팝마트의 인기가 높아지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CJ올리브영 등 국내 대형 유통사들이 앞다퉈 팝마트와 협업해 팝업을 여는 형국이다.

    이처럼 한국에 뒤질 것 없는 기획력과 마케팅 전략을 갖게 된 중국 업체들이 한국을 주요 공략 시장으로 여기고 있는 데에는 한국 캐릭터 IP 시장이 사실상 ‘빈집’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13조6000억원(2024년 기준)으로 연평균 5% 이상 늘어나는 추세다. 이중 캐릭터 IP를 활용한 상품 이용 경험률은 95.7%에 달한다. 소비 중심은 아동에서 2030세대로 빠르게 이동하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 인기 캐릭터로 꼽히는 티니핑, 핑크퐁, 아기상어 등 대부분의 캐릭터 브랜드 수요층이 유아동에 그치는 형편이다. IP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 체계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인접 국가인 일본만 하더라도 포켓몬, 산리오 등 강력한 로컬 캐릭터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구조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캐릭터 브랜드 입장에선 한국이 수요는 넘치지만 경쟁 강도가 낮은 시장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명동 팝마트 매장. 사진=한경DB
    명동 팝마트 매장. 사진=한경DB
    중국 내에선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이같은 상황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강력한 지식재산권 국가 건설 개요‘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IP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부양시켜 해외 시장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캐릭터 산업은 정치적 메시지 없이 자연스럽게 자국 문화와 취향을 확산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중국 내 모든 지역과 부처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한 IP 개발과 상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캐릭터·애니메이션·굿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는 “중국에선 단순 기업 차원이 아니라 중국 자체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자국 소비 브랜드들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여러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이곳에서 성공하면 제3국인 동남아나 북미 시장으로 확장할 때도 매우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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