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생태계의 필수품으로 꼽히며 전기의 중요성이 커지자 발전부터 송배전, 2차전지에 이르는 K에너지 밸류체인 기업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따른 수혜주가 많아지며 반도체에 이어 에너지가 증시 신주도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시총 660조원…한 달 새 40%↑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54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660조530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2일 608조9591억원에서 1주일 만에 8.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25%)을 두 배가량 웃돌았다. 지난달 말 대비 시총 증가율은 39.13%로, 이 역시 코스피지수 상승률(32.43%)을 넘어섰다.
K에너지 밸류체인은 원자력·가스 발전, 재생에너지 등 발전 부문과 생산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전력산업, 2차전지 배터리 등 에너지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아우른다. 이들이 주도주로 부상한 것은 데이터센터 자체 발전소 건설이 늘고 있어서다.
K에너지 밸류체인 기업 중 이달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중저압케이블을 제조하는 대원전선(166.06%)이다. 이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한 달 새 4920원에서 1만3090원으로 급등했다. LS그룹 계열사 LS에코에너지(126.12%)와 가온전선(122.56%)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중저압케이블은 전기를 최종 사용처에 전달하는 마지막 단계를 담당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송전변압기와 초고압케이블을 통해 배전변압기로 전해지고, 이후 압력을 낮춰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된다.
배전변압기 분야 강자인 LS일렉트릭은 이달 90.11% 올랐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2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다. 이날 글로벌 전력 기업 블룸에너지와 3190억원 규모의 배전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가 4.40% 더 뛰면서 시총 40조원 고지를 밟았다. 송전변압기를 생산하는 효성중공업은 주가가 62.13% 올라 400만원을 넘보고 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초고압변압기는 미국의 쇼티지(공급 부족) 지속에 따른 초호황 사이클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며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수요 급증에 따라 중저압 배전 부문도 초호황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2차전지 업체도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로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을 극복하고 있다. 2차전지 업체가 생산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데이터센터의 필수품으로 떠오르면서다.
◇가스터빈·SMR에 선박용 엔진까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부문 기업도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자체 발전소는 가스터빈을 주 발전원으로 고려하고 있다. 대규모 발전이 가능하면서도 부지 선택이 유연하기 때문이다. 출력 조절이 쉬워 데이터센터 가동률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소형모듈원전(SMR)이 대안으로 여겨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과 SMR 제작에 모두 강점이 있는 회사다. 지난해 4분기 체코 두코바니 원전(5조6000억원 규모)을 수주했고, 최근 미국 기업과 380㎿급 가스터빈 7기 공급 계약(1조원대)을 맺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기업 중 하나로, 이달 주가가 40.74% 올랐다. 이 밖에 SMR 시공 능력에 중동 재건과 관련한 수혜 가능성이 더해진 DL이앤씨(51.35%), SMR 설계 능력이 있는 한전기술(27.76%)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업까지 에너지 밸류체인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가스터빈 공급이 병목을 겪으면서 선박용 엔진이 데이터센터 발전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면서다. 처음으로 데이터센터용 엔진 공급 수주에 성공한 HD현대중공업은 주가가 한 달 새 48.39% 올랐고, 발전용 엔진 공급에 따른 기대가 높아진 STX엔진은 116.97% 급등했다.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진 것은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태양광 기업인 OCI홀딩스는 이달 97.82% 올랐다. OCI홀딩스가 폴리실리콘의 수요처가 지상 태양광을 넘어 우주 태양광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스페이스X 관련 기대가 폭발했다.
강진규 기자는 한국경제에서 증권가와 금융당국을 취재합니다. 최근 '진격의 증권산업', '투자대가 긴급 시장진단' 등의 기획 기사 작성을 주도했습니다. 올 초 급등한 코스피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5천피로 후퇴하는 모습, 그리고 다시 반등해 9천피를 달성하는 과정 등 시장의 상황을 발빠르게 전하고 있습니다.
2013년 입사해 생활경제부에서 4년 간 유통·식품 산업 전반을 취재했고, 경제부에서 6년 간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국무총리실, 한국은행 등을 담당했습니다. 네이버와의 합작회사(아그로플러스)를 설립해 네이버 FARM판을 운영한 경험도 있습니다.
서울대 농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2020년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해 경제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 연재코너로는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등이 있습니다.